어머니 영원히 잠든 오월의 푸른 밤
청민 박철언,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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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영원히 잠든 오월의 푸른 밤
靑民 박 철 언
어머니는 8년 전 5월, 101세를 일기로 소천하셨다.
향나무 상자에 반듯이 누워 고운 꿈 꾸듯 해맑은 얼굴로 한평생 인자하신 모습 그대로 두고 먼 길 떠나가셨다.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청순한 5월 초여름, 고향 대구 근교 신록이 물든
산중턱에 모셨다.
“철언아, 소변보고 들어 가거레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시험, 사법시험 등 큰 시험 때마다 어머니는 내가 친구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현장에 함께 따라다니시다가,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늘 그렇게 당부하셨다. 긴장된 시험 중 소변 때문에 답안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 봐 노파심에서 하신 말씀이다.
매섭게 추운 겨울 어머니는 동네와 좀 떨어진 산비탈에 세워진 가건물의 독서실까지 밤길을 걸어 따뜻한 도시락을 가져다주셨다. 사법시험 준비하느라 경북 영천군 은해사 운부암에 몇 달 기거하는 동안 무더운 여름 볕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대구에서 밑반찬을 마련하여 한 시간여 산길을 그렇게 자주 오르내리셨다.
내가 정치현장에 있을 때는 숱한 노인정과 사찰을 다니시며 또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가장 열심히 애쓰는 홍보요원이셨다.
내가 30년 전 정치보복을 당해 1년 4개월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아들을 위해 백일기도 드리다가 평상에서 떨어져 허리를 좀 다친 것 이외에는 평생을 건강하게 사셨다.
대구 노인대학 부회장, 할머니회 회장, 적십자 할머니 봉사단장으로 17년 간 봉사하시면서 4000시간 자원봉사상 등 많은 표창장과 메달을 받기도 하셨다.
노인대학의 요청으로 ‘백세노인시대를 위한 노인의 길’이란 주제로 이틀 동안 3차례 90분간씩 특강을 한 일이 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의 강의 장소까지 세 번 모두 오셔서 줄곧 불편한 의자에 앉아 계시고서도, 아들의 승용차에 함께 타기를 사양하고 동네 노인들과 어울려 처신하신 우리 어머님이셨다.
세상에 어머니와 가깝지 않은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만 6형제 중 차남인 나와 어머니는 유달리 친한 사이였다. 고향집을 떠나 있을 때가 많은 나는, 자주 엄마께 전화를 한다.
“목소리 들어보니 감기 끼가 있구나, 약은 먹었느냐? 대학병원에서 특별히 조제한 약이 있는데 보내주마, 니(너)는 내(나)하고 체질이 같으니 나한테(나에게) 잘 듣는 약이 니 한테도 맞다.″
고향에 가면 빠짐없이 어머니 집을 찾는다. 어머니는 언제나 곱게 화장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들을 기다리신다. 그리고 직접 부옄에서 아들의 식탁을 준비하며 정성을 다 하신다. 너무 바빠 방문이 늦어지면 어머니 전화를 받는다.
“바빠도 밥 때 걸러지(놓치지) 마라. 식사 약속 애매하면 언제라도 집에 오너라 니 잘 먹는 갈치 굽고 묵은 김치도 있다. 서울 가기 전에 얼굴 볼 수 있겠나?”
어머니는 아들 얼굴빛만 보아도,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몸 상태나 기분의 흐름을 꿰뚫어 아신다.
“왜 얼굴이 그렿노? 기분 나쁜 일 있나? 마음 크게 먹어라 시간이 해결한다.”
“너무 피곤해 보인다 쉬어가면서 해라 이거 우황청심환인데 먹어 볼래?
안 먹으면 드링크라도 한 병 해라. 이거는 카페인 안 들었다 카더라(하더라)”
어느 해 어버이날이었다.
“엄마 건강은 어떤가요?”
“내야 이제 그렇고 그렇다 걱정 마라 나이가 있지 않나”
“엄마, 100세까지는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아이고, 늙어서 그렇게 오래 살아서 머 하니, 니(너) 크게 되는 거만 보고 죽어야지 그때까지는 내가 도와야지”
“엄마, 채소, 과일 많이 드시고, 운동 많이 해야 합니다.”
“강의 들으러 봉사단에 나가고, 자연보호운동 한다고 휴지 주으러 다니는 게 고작이다.”
“엄마 오늘은 목소리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요?”
“그래, 감기끼가 오래가서 몸이 무겁더니 오늘은 좀 낫다.
니 목소리 들으니 기분이 좋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자식의 운명은 늘 그 어머니가 만든다’ 고 했다 나는 확고한 신념과 흔들림 없는 행동 철학을 어머니를 통해서 배워왔다. 아까운 것 없이 다 내어주고, 나의 어떤 허물에도 절대적인 내 편이 되어주는 어머니, 항상 지켜 주고 격려해 주는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다. 어머니는 모든 사랑과 자비와 용서와 동정의 원천이다.
누군가가 “어머니”라고 말하는 소리만 들어도 내 가슴은 찡해오고 우리 엄마 생각이 머리에 차 오른다.
어머니 가신 후 오월이 오면,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머니 가신 줄도 모르고 얄미운 장미는 화려하게 피어나는데
오월의 푸른 밤에 내 가슴에는 어머니만 가득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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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 김왕식
청민 박철언 작가의 수필 『어머니 영원히 잠든 오월의 푸른 밤』은 작가가 어머니를 향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작품이다. 이 수필은 어머니의 삶과 작가와의 특별한 관계, 그리고 어머니가 작가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어머니가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머니의 생애와 헌신을 상세히 묘사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며, 그들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였다. 특히 작가가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마다 어머니는 시험장까지 따라가 '소변보고 들어가라'며 세심하게 챙겼다. 이는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자녀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섯 형제 중에서도 특히 작가와 어머니는 유달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작가는 자주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며,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어머니는 언제나 작가의 건강과 안부를 걱정하였다. 이들 사이의 대화는 매우 따뜻하고 진솔하게 그려져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도 큰지 느끼게 한다. 어머니는 작가의 작은 변화까지도 알아채며, 이를 통해 작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헤아린다.
어머니는 작가에게 확고한 신념과 흔들림 없는 행동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단순히 말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보여준 행동과 헌신에서 비롯되었다. 어머니는 작가가 정치적 시련을 겪을 때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으며, 이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하며, '자식의 운명은 늘 그 어머니가 만든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작가 자신도 어머니의 영향 아래 성장했음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작가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매년 5월이 되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어머니가 떠난 빈자리를 느끼며, 그리움을 표현한 부분은 이 글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오월의 푸른 밤에 피어나는 장미는 어머니의 부재를 더욱 실감 나게 하며, 그리움이 깊어짐을 상징한다.
청민 박철언 작가의 수필은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어머니의 존재와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닫게 한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과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 그리고 작가와의 특별한 유대는 이 수필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는 모든 독자들에게 자신이 받은 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기게 하고, 그 사랑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이 수필은 단순한 추억의 기록을 넘어, 어머니의 사랑이 주는 깊은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