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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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시인 김행숙
서너 줄 행간
추락하는 소리
은빛 비늘 물고기가 튀어 오른다
비상등을 켠 밑줄
음악 소리에 시선이 머문다
연기 가득한
글
바랜 수필을 뒤적이다가
다시 한 번 읽어본다
발이 빠진 밑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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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시인의 시 「강물」은 섬세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각 행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며, 시적 언어를 통해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서너 줄 행간"은 시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시적 공간의 여백을 강조한다. '서너 줄'이라는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일정한 리듬감을 주며, 시적 행간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행간은 단순한 글자와 문장이 아니라, 그 사이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암시한다.
"추락하는 소리"는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를 동시에 사용하여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추락'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를 통해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절박함이나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은빛 비늘 물고기가 튀어 오른다"는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활기와 역동성을 묘사하고 있다. 은빛 비늘은 빛나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모습은 자유와 희망을 암시한다. 이는 앞선 '추락'과 대조를 이루며, 시 전체에 균형감을 부여한다.
"비상등을 켠 밑줄"은 긴장감과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상등'은 위기 상황을 알리는 신호로서, 독자에게 시적 전환점을 제시한다. 밑줄은 시인의 의도를 강조하는 동시에 독자의 시선을 특정 부분에 집중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음악 소리에 시선이 머문다"는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를 결합하여, 시적 경험을 확장한다. 음악 소리는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시선이 머문다는 표현은 그 음악에 대한 몰입과 집중을 나타낸다.
"연기 가득한 글"은 모호한 이미지로,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연기는 시야를 흐리게 하지만, 동시에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글이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선 존재임을 암시한다.
"바랜 수필을 뒤적이다가"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바랜 수필은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추억과 기억을 되짚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는 독자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다시 한 번 읽어본다"는 반복의 의미를 강조하며, 시적 행위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독자가 시를 다시 읽는 과정은 새로운 해석과 깨달음을 제공하는 순간으로, 시인은 이를 통해 시의 깊이를 더한다.
"발이 빠진 밑줄을"은 시의 결말을 맺으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발이 빠진 밑줄은 고정된 의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시 전체를 관통하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해석의 여지를 상징한다.
요컨대, 김행숙 시인의 「강물」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며, 독자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깊이 있는 해석의 기회를 제공한다. 독자들은 이 시를 통해 자연의 생동감과 인간의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며, 시인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