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숫집에서 한 그릇 뚝딱 먹고,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의 외침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5. 2023
쫓겨났다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당했다
배가 고파
견딜 수 없다
할머니
국숫집에
무작정 들어가
한 그릇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뚝딱 먹어치우고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 황급히
뒤따르며
소리친다
ㅡ
초등학교 친구
덕분이는
모임이 있는 자리면
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어디에서 그 많은 이야기를 담아 오는지!
용산 삼각지
후미진
뒷골목이다
절박함과 절망,
그리고
온정이 얽힌 이야기이다
사기에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아내에게 버림받은 젊은이의 이야기와,
연탄불로 국수를 우려내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는
서로에게 서로를 구하고,
치유하며,
마침내
희망을 재생시키는 하나의 연대기를 형성하였다.
할머니의
국숫집은 용산 삼각지
후미진 뒷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달랑
탁자 4개뿐인 가게에서,
할머니는 연탄불을 끊임없이 피워,
그 불로
진하게 멸치 국물을 우려냈다.
그 국물은
집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같이
포근하고,
고향을 연상시키는 향긋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허기진 그 남자는
할머니의 국숫집을 찾았다.
그는
국수 한 그릇을 먹으려는
자신의 절박한 욕구를
억누르지 못했다.
한 그릇을 시켜
마파람에 게는 감추듯 단박에
뚝딱
먹어치었다.
국수값을 지불할 수 없었던
그는 불안하게 가게를 둘러보고는
냅다
도망쳤다.
그때,
할머니는
그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
"뛰지 말어!
다쳐.
배 고프면 또 와."
할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의 심장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그의 눈물은 감사와 반성, 미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후,
그는
우뚝 섰다.
그 할머니 집을
다시 찾았고,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
할머니 국숫집은 '국민국숫집'이 되었다.
허나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네 명의 자녀를 혼자 키워내기 위해
힘겨운 삶을 살았다.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배운 대로 살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만든 국수 한 그릇,
한 그릇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였다.
그녀의 국수는
그저
국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과 동정심, 공감과 관심이 담긴 국수였다.
그녀가 남편을 잃고,
어려운 삶을 견디며,
스스로를 희생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국수를 만들었던
모든 순간을 상징하였다.
ㅡ
덕분이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우리는
숙연했다.
늘
유머로
입담을 과시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명렬이 친구도
오늘만은
말이 없다.
돌아서서
코를
팽 풀뿐이다.
이윽고
고작
한마디 한다.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