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엄창섭 교수의 '청산도 여정'을 청람 평하다
엄창섭 교수,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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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여정
시인 엄창섭 교수
소중한 인연의 끈 얽힌 이들과
춘삼월의 햇살 고운 날 여행길에 올라
함께 꿈꾸고 만들어갈 깨끗한 세상
따뜻한 감성의 자유와 통섭 읊조리면
'느림은 행복이다'는 슬로 걷기 축제의
'청산완보靑山緩步 '는 끝내 충격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그 청보리밭
한순간 뒤척이던 파도의 거대한 몸짓
잠잠한 느림의 징표인 '생명의 섬'
낮은 산자락의 범바위 쉬엄쉬엄 오른 뒤
황홀한 단풍길, 그 장엄한 일몰의 풍광
수줍어 시린 달리* 풍風의 낮달은
지난밤 우두커니 느림보의 보행으로
저토록 유연한 감속을 버텨내는데
피에르 상소* 의 길고도 오랜 사유 닮은
아흐, 자연의 이법인 슬로 치타(Citta)
* 달리ㅡ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피에르 사오ㅡ프랑스 느림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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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 김왕식
엄창섭 교수의 시 「청산도 여정」은
느림의 철학을 중심으로 청산도의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느림의 미학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층적으로 조명하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소중한 인연의 끈 얽힌 이들과 춘삼월의 햇살 고운 날 여행길에 올라'로 시작한다. 이는 인연의 소중함과 따스한 봄날의 여행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나타내고 있다. '춘삼월의 햇살'은 봄의 생동감을, '여행길'은 새로운 경험과 발견을 상징한다.
'함께 꿈꾸고 만들어갈 깨끗한 세상 따뜻한 감성의 자유와 통섭 읊조리면'이다. 여기서 '깨끗한 세상'은 인간의 순수한 이상향을, '따뜻한 감성의 자유와 통섭'은 감성적 자유와 조화로운 삶을 의미한다. 이는 독자에게 이상적인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느림은 행복이다'는 슬로 걷기 축제의 '청산완보靑山緩步 '는 끝내 충격이다.'이다. '느림은 행복이다'라는 슬로건은 현대인의 빠른 생활 속에서 느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청산완보'는 느리게 걷는 행복을 상징한다. 이는 독자에게 느림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그 청보리밭 한순간 뒤척이던 파도의 거대한 몸짓'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청보리밭'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파도의 거대한 몸짓'은 자연의 역동성을 나타낸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시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잠잠한 느림의 징표인 '생명의 섬' 낮은 산자락의 범바위 쉬엄쉬엄 오른 뒤'이다. '생명의 섬'은 느림의 철학을 상징하고, '범바위 쉬엄쉬엄 오름'은 느린 걸음의 의미를 부각한다. 이는 느림을 통해 얻는 평온함과 생명의 존귀함을 나타낸다.
'황홀한 단풍길, 그 장엄한 일몰의 풍광 수줍어 시린 달리* 풍風의 낮달은'이다. '단풍길'과 '일몰의 풍광'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린 달리'는 예술적 감성을 표현한다. 이는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통해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지난밤 우두커니 느림보의 보행으로 저토록 유연한 감속을 버텨내는데'이다. '느림보의 보행'은 느림의 철학을 상징하고, '유연한 감속'은 느림을 통해 얻는 삶의 여유를 나타낸다. 이는 현대인의 바쁜 삶 속에서 느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피에르 상소* 의 길고도 오랜 사유 닮은 아흐, 자연의 이법인 슬로 치타(Citta)'이다. '피에르 상소'는 느림의 철학자를, '슬로 치타(Citta)'는 느림의 도시를 의미한다. 이는 느림의 철학이 삶의 다양한 측면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나타낸다.
엄창섭 교수의 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느림의 철학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사유와 감동을 준다.
다만, 기우이길 바라지만, 시 후반부의 철학적 개념이 일부 독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염려가 된다.
요컨대,
엄창섭 시인의 시는 깊다.
내용뿐 아니라 메시지와 표현이 매우 지적이며 철학적이어서 버거울 수 있으나,
한편으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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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교수는 1945년에 강릉에서 태어났다. 1973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1986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는 관동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 시인 활동편집
1977년 문예지 《시문학》에 〈새벽에 출범〉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바다와 해》(1980),
《땅에 쓴 장시》(1987),
《눈부신 약속》(1990),
《생명의 나무》(1991),
《골고다의 새》(1993)
《열매 따기》(1994),
《신의 나라는 열매를 팔지 않아》(2004),
그의 대표 시를 모은
《사고가능성》를 출간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