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슬픔이 기쁨에게


시인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청람 김왕식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는 슬픔과 기쁨의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인간의 무관심과 불평등, 그리고 공감의 중요성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는 기쁨 속에 숨겨진 무심함을 폭로하고 슬픔을 통한 성찰을 요구한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는 기쁨을 누리는 사람에게 슬픔을 선사하겠다는 선언으로, 슬픔의 의미를 강조한다. 여기서 슬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인간의 본질적 경험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된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는 사랑보다 깊은 가치를 지닌 슬픔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시인은 슬픔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겨울밤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다. 여기서 할머니는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상징하며, 독자는 그들의 슬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기쁨을 추구하는 무관심한 태도를 비판한다. 귤값을 깎는 행위는 소소한 기쁨을 의미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무심함을 드러낸다.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슬픔이 찾아온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슬픔의 평등한 얼굴은 인간이 모두 동등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임을 강조한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는 어둠 속에서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의미한다. 이 행은 인간이 겪는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공감을 요구한다.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은 기쁨이 슬픔을 공평하게 나누지 못한 상황을 비판한다.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는 이들의 현실을 상징한다. 이는 인간의 무관심이 얼마나 큰 슬픔을 초래할 수 있는지 상기시킨다.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은 최소한의 도움조차 제공하지 않은 무관심을 비판한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와 책임을 일깨운다.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는 진정한 사랑이 아닌 무관심한 사랑을 비판하며, 진정한 사랑은 공감과 연민에서 비롯됨을 강조한다.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는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을 위해 진정한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이는 인간의 감정적 성숙을 요구한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는 슬픔을 통해 기다림의 의미를 부여하며, 인내와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는 기쁨의 순간을 멈추고 슬픔에 집중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낸다. 이는 인간의 성찰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상징한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는 생명과 희망을 상징하는 봄눈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 이는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를 강조한다.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는 고통받는 이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돌아오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는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는 슬픔을 공유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정호승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인간의 무관심을 비판하고, 슬픔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표현의 섬세함과 감정의 깊이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성찰을 유도하며, 시의 마지막에서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시는 슬픔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고, 공감과 이해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게 하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정호승 시인의 깊이 있는 통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홍구 시인의 시 '6월 되어서야'를 청람 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