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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4. 2024

김어수 시조시인의 작품 '봄비'를 청람 평하다

김어수 시조시인, 청람 김왕식

      









                    봄비


                              시조시인 김어수



꽃잎 지는 뜨락 연둣빛 하늘이 흐르다
세월처럼 도는 선율旋律 한결 저녁은 고요로워

그 누구 치맛자락이 스칠 것만 같은 밤
저기 아스름이 방지는 여운餘韻마다

뽀얗게 먼 화폭畵幅이 메아리쳐 피는 창가
불현듯 뛰쳐나가서 함뿍 젖고 싶은 마음

놀처럼 번지는 마음 그 계절이 하 그리워
벅찬 숨결마다 닮아가는 諦念체념인가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걷고 싶은 마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어수 시조시인의 작품 '봄비'는 섬세한 표현과 깊은 감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 시조는 봄비가 내리는 밤의 정취를 담고 있으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체념,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인생의 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첫 행에서 시인은 꽃잎이 지는 모습을 연둣빛 하늘과 연결시켜 묘사하고 있다. 꽃잎이 지는 모습은 자연의 순환을 상징하며, 연둣빛 하늘은 봄의 생동감을 표현한다. 이 구절은 시간의 흐름을 연상시키며, 봄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덧없음을 암시한다.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우면서도 스산한 느낌을 주며, 이는 인생의 무상함과도 연결된다.

두 번째 행에서는 '세월처럼 도는 선율'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음악적 선율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며, 그 속에서의 고요함을 강조한다. 저녁의 고요함은 내면의 평온과도 연결되며, 이 구절에서 시인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찾아오는 고요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세 번째 행은 '그 누구 치맛자락이 스칠 것만 같은 밤'이라는 표현을 통해,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무르는 어떤 인연을 회상하게 한다. 치맛자락이 스치는 것은 어떤 사람의 존재를 암시하며, 이 밤의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인연을 떠올리는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시적 화자의 내면에 있는 고독과 향수를 잘 드러내고 있다.

네 번째 행에서는 '아스름이 방지는 여운'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청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스름'이라는 단어는 어둠이 깃든 저녁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으며, 여운이 방울지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소리와 그 여운이 시적 화자의 마음에 스며드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자연과의 교감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다섯 번째 행에서 시인은 '뽀얗게 먼 화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창가에 피어나는 모습이 화폭에 그려진 그림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창가에 피어나는 봄의 생동감을 전한다. '메아리쳐'라는 표현은 그 아름다움이 울림을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섯 번째 행은 시적 화자의 충동적인 감정을 잘 드러낸다. 봄비 속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은 자연과 하나 되고 싶은 열망을 나타내며, 이는 시적 화자의 자유롭고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이 구절은 독자에게 시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일곱 번째 행에서 시인은 '놀처럼 번지는 마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마음의 상태를 물결치는 물결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감정의 번짐과 확산을 의미하며, '그 계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시적 화자의 깊은 향수를 나타내며, 과거의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여덟 번째 행에서는 '벅찬 숨결'과 '체념'이라는 대조적인 감정을 통해 시적 화자의 내면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벅찬 숨결은 강렬한 감정이나 열정을 의미하지만, 체념은 그와 반대되는 포기나 단념의 감정이다. 이는 인생의 복잡한 감정을 한 구절에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마지막 행은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걷고 싶은 마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적 화자의 고독한 마음을 드러낸다. 호젓한 산길은 고독과 평온을 상징하며, 홀로 걷고 싶은 마음은 시적 화자의 내면에 있는 고독한 감정을 잘 나타낸다. 이는 독자에게 자연 속에서의 고독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김어수 시조시인의 '봄비'는 감각적인 묘사와 정교한 비유를 통해 자연과 인생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며, 감정의 섬세한 변화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각 행마다 자연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시적 화자의 깊은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시조를 통해 김어수 시인은 자연과 인생의 조화를 통해 얻는 평온과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오는 체념과 향수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시인은 봄비가 내리는 밤의 정취를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덧없음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자연 속에서의 고요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받아들이는 지혜와 자연과 하나 되는 마음가짐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이 시조는 매우 섬세하고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독자가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이미지를 조금 더 추가하여 독자가 시적 화자의 감정을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김어수 시조시인의 '봄비'는 자연과 인생의 섬세한 조화를 통해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하며, 독자에게 자연 속에서의 평온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시조는 감각적인 표현과 정교한 비유를 통해 독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과 깊은 내면세계를 잘 드러낸다.


ㅡ 청람





            *  김어수金魚水 시조시인




1909년 1월 4일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 직동리 출생
1922년 부산 범어사로 출가
1930년 일본 경도시 화원중학교 졸업
1931년 조선일보에 시조 弔詩(조시) 발표
1941년 교직생활 부산, 경남지역 중·고교 교사, 교감, 교장 역임
1969년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 상임위원, 포교사 직
1983년 한국현대시조시인협회 창설, 초대회장
1985년 1월 7일 선종


김어수 작가는

한국의 시조시인으로서, 중앙불교전문학교(지금의 동국대학교)에 다니면서 불경번역사업에 참여하여 《안락국태자경(安樂國太子經)》을 번역했다. 〈낙상(落想)〉등의 시조와 《부처님 오신 날》 등의 찬불가를 작사하였다.

출생-사망1909.1.4 ~ 1985.1.17

본명은 소석

1909년 1월 4일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1934년 《조선일보》에 시조 《곡 영숙아》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하였다. 중앙불교전문학교(지금의 동국대학교)에 다니면서 불경번역사업에 참여하여 《안락국태자경(安樂國太子經)》(1937)을 번역하였다.

재학시절, 김달진·나운경(羅雲卿) 등과

교우지 《룸비니》를 만들어 창작활동을 하였으며, 1938년 졸업하였다. 1966년 한국문인협회 울산지부의 창립 지부장이 되었으며,

1968년 대한불교조계종의 첫 상임 포교사로 선발되었다.

수상


1980년 정인승과 함께 제5회 노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


시조집

『回歸線(회귀선)의 꽃구름』,

『햇살 쏟아지는 뜨락』,

『김어수 시집』


수필집

『달안개 피는 언덕길』,

『가로수 밑에 부서지는 햇살』


불교 경전 번역서

『安樂國 太子經』,

『法華經』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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