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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5. 2024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자화상'을  청람 평석하다

시인 윤동주, 평론가 청람 김왕식







                    자화상



                               시인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없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윤동주의 시 「자화상」은 매우 깊은 감성과 내면의 갈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윤동주의 다른 작품들처럼 단순한 언어 속에 복잡한 감정과 사유를 담고 있다.

시의 첫 행에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이라는 구절은 시적 자아의 고독한 여정을 상징한다. '산모퉁이'와 '논가 외딴 우물'은 외로운 장소로, 시적 자아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고독하게 떠나는 여정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한 장소를 찾는 것과 같다.

우물 속을 들여다보며 시적 자아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한다. 여기서 달, 구름, 하늘, 바람, 가을은 모두 시적 자아의 내면 풍경을 상징하며, 이러한 자연의 이미지는 시적 자아의 다양한 감정을 반영한다. 이들은 시적 자아가 내면의 평화와 혼란을 동시에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의 중간 부분에서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라는 구절은 시적 자아가 자신의 모습을 우물 속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여기서 '사나이'는 바로 시적 자아 자신을 의미하며, 자신을 미워하고 거부하는 심리를 표현한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단점을 직시할 때 느끼는 불편함과 유사하다.

그러나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없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라는 구절은 시적 자아가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다시 우물로 돌아가 자신을 마주하는 장면은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록 자신을 미워하는 순간이 있었으나, 결국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드러난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라는 구절은 시적 자아가 여전히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완전히 이루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완벽하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자기 수용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성찰을 통해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라는 구절은 시적 자아가 자신의 모습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린다.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라는 표현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뒤에도 남아있는 고독과 회상의 흔적을 나타낸다. 이는 자기 성찰을 통해 인간이 보다 성숙해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은 이처럼 자기 성찰과 내면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자아 수용의 중요성을 전달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깊은 감정을 드러낸 점이 돋보인다. 또한, 반복적인 구조를 통해 시적 자아의 갈등과 성찰 과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시에서 아쉬운 부분을 굳이 지적하자면, 반복적인 표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시적 자아의 내면 갈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므로,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더 다양한 자연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변주를 주었다면 더욱 풍부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컨대, 윤동주의 「자화상」은 고독한 성찰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한 작품이다.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시적 자아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점과 반복적인 구조를 통해 갈등과 성찰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점이 이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독자들은 이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자기 수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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