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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6. 2024

마음이 행동을 앞섰을 때

청람 김왕식








          마음이 행동을 앞섰을 때





내 나이
예순이 훌쩍 넘은 것을
잠시 잊었다.

젊은 시절의 추억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까,

여전히 마음속에서
청년의 기운을 느꼈다.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해지고
주름은 깊어졌지만,
내 마음만은
여전히
20대의 청년이었다.
그래서인지
신체도 아직 청년인 줄 알았다.

교회에서 체육대회가 있었다.
중년은 제기차기, 2인 3각 등의

간단한 경기를 하며
과거를 추억했다.


반면
청년들 축구ㆍ족구 등의 동적인

운동을 했다.
그 모습,

 보기 좋았다.


그들의 발놀림과

열정이
나의 가슴을 뛰게 했다.

순간
가슴속 깊이 숨어 있던
젊은 시절의 열정이
다시 타오르는 듯했다.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그들과 함께
공을 차고 싶다는 충동이

나를 휘감았다.

청년들에게 다가가
"나도 함께 해도 될까?"라고
물었다.
그들은 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받아주었다.
축구공을 발로 툭툭 차보며,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을 잡고 뛰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처럼
빠르게 달리고 싶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공을 잡으려고 달려갔다.
그러나
몸은 마음과 달리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공을 잡으려고 내디딘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공 한 번 차보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오른쪽 발에서
"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아찔한 고통이
밀려왔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큰 돌로 뒤꿈치 부위를 내리치는
것 같았다.

곧바로
아킬레스건이 나갔다는 것을
직감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행동보다 앞서면
낭패를 본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신께서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신 것이다.

119 불러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왜
내 나이를 잊고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 '

그 순간의 충동이
내 몸을
상하게 만들었다.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휴일인지라
정형외과 담당의사가 없어
응급으로 깁스만을 하고
귀가했다.
내일 아침 대학 병원을 갈
생각이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비록
내 마음은 젊어도,
내 몸은 그에 따라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더 이상
무모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나의 나이에 맞는 활동을
찾아야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젊음은 단지
나이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와 그에 맞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내 나이를 잊지 않고,
나에게 맞는 건강한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에 맞는 지혜와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진정한 젊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축구 대신
산책을 즐기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려 한다.
젊은이들과의
무리한 경쟁보다는,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값진 교훈이었고,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신께서 주신 이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나는 앞으로도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하게 지낼 것을 다짐한다.

지금의 나는
비록 예순이 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청년이고 싶다.

그러나 그 마음을 지혜롭게 다스리며,

내 몸이 따라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번 경험을 통해

진정한 젊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와 그에 맞는

지혜로운 행동에 있다는 것을.


나의 청춘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그 형태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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