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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7. 2024

백영호 시인의 '물담이 무너지다'를 평하다

청람 김왕식










                물담이 무너지다


                         시인 백영호



사리 때다
썰물이 긴 비로 쓸고 간 자리
밀물담이 무너지니
물들은 부리나케  떠났고
갯사람들은 갯벌로 나왔다

어미는 바지락을 캐고
아비는 뻘구멍을 파서
낙지를 잡았고
손자는 해삼과 문어를 주웠다

물담이 무너지니
동네 앞마당 갯벌은
열 배로 영토 넓혔고
갯마을 갯사람들
갯벌 마당으로 나와
얼굴에 뻘이 묻어도 좋다,
동네가 들썩, 환하게 웃었다!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시 "물담이 무너지다"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우러진 갯마을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사리 때의 썰물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묘사하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갯마을 사람들의 생업 활동을 생생하게 그리며, 세 번째 부분에서는 물담이 무너진 후의 갯마을의 활기찬 모습을 담아낸다.

첫 번째 부분, "사리 때다 / 썰물이 긴 비로 쓸고 간 자리 / 밀물담이 무너지니 / 물들은 부리나케 떠났고 / 갯사람들은 갯벌로 나왔다"는 자연 현상을 시적으로 묘사하며 시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서 '사리 때'는 밀물이 가장 높은 때를 의미하며, 이는 자연의 변화와 주기성을 암시한다. 썰물이 긴 비로 인해 물담이 무너지는 장면은 자연의 역동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물들은 부리나케 떠났고 / 갯사람들은 갯벌로 나왔다'는 표현은 물과 갯사람이라는 두 자연 요소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어미는 바지락을 캐고 / 아비는 뻘구멍을 파서 / 낙지를 잡았고 / 손자는 해삼과 문어를 주웠다"는 구절을 통해 갯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업 활동을 묘사한다.
각 가족 구성원이 맡은 역할을 통해 협력과 공존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 부분은 독자가 갯마을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따뜻한 가족애와 공동체 정신을 잘 보여준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물담이 무너지니 / 동네 앞마당 갯벌은 / 열 배로 영토 넓혔고 / 갯마을 갯사람들 / 갯벌 마당으로 나와 / 얼굴에 뻘이 묻어도 좋다, / 동네가 들썩, 환하게 웃었다!!"라는 구절을 통해 갯마을의 활기찬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물담이 무너짐으로써 갯벌의 영역이 넓어지고, 이는 곧 갯마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생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얼굴에 뻘이 묻어도 좋다'는 구절은 일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네가 들썩, 환하게 웃었다!!'는 표현은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고 희망적으로 마무리하며 독자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탁월하다. 물담이 무너지는 장면을 통해 자연의 역동성과 변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갯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반복적인 구문과 리듬감 있는 어휘 선택을 통해 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간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변화와 적응의 아름다움이다. 물담이 무너짐으로써 생기는 새로운 기회와 갯마을 사람들의 긍정적인 태도는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연의 위대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시의 후반부에서 '동네가 들썩, 환하게 웃었다!!'라는 표현이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독자가 그 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 사람들이 서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나, 아이들이 갯벌에서 뛰노는 장면 등을 추가하여 더욱 풍부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컨대, 백영호 시인의 "물담이 무너지다"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독자는 이 시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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