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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7. 2024

오랑캐꽃ㅡ제비꽃

청람 김왕식








제비꽃의 겸손한 교훈






나른한 봄날, 햇살이 온화하게 내려앉는 들판을 걷고 있었다.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오고, 그 속에서 작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제비꽃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들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허리를 굽혀 보니, 그 매력은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도 특별했다.

제비꽃은 그리 높지 않은 키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꽃들처럼 눈에 띄지 않아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그 겸손한 모습 속에는 깊은 교훈이 숨어 있었다. 그 작은 꽃은 마치 고개를 숙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자세로, 우리에게 겸손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이용악 시인은 제비꽃을 '오랑캐꽃'이라 하여

 일제강점하에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을,

윤관 장군에게 쫓긴 오랑캐에 감정을 투영시키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제비꽃은 자신을 낮추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제비꽃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꽃이 왜 그렇게 낮은 곳에서 피어나야만 하는가? 왜 더 크고 화려한 꽃들처럼 높이 피어나지 않는가? 그 이유는 제비꽃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겸손의 미덕이었다.

제비꽃은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허리를 낮추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겸손의 교훈을 전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높이 세우려는 욕망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그러나 제비꽃처럼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제비꽃을 보면서 나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자주 고개를 숙이고 주변을 살펴보았는가? 나는 얼마나 자주 낮은 자세로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는가? 화려한 성공과 성취를 좇아가느라 놓쳐버린 것들은 무엇인가? 이 작은 꽃 한 송이가 내게 던지는 질문들은 깊고도 묵직했다.

자연은 종종 우리에게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준다. 그것은 단순히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들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고 소박한 존재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것들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제비꽃이 바로 그러한 예다. 제비꽃은 우리가 겸손하게 살아가야 함을, 자신을 낮추고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준다.

나는 그날 이후로 제비꽃을 만날 때마다 그 교훈을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제비꽃처럼 살고자 다짐했다.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그러나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로. 세상은 화려한 꽃들로 가득하지만, 제비꽃 같은 소박한 아름다움도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봄이 다시 찾아오면, 나는 또다시 그 들판을 걸을 것이다. 그리고 제비꽃을 찾아 허리를 낮추고 그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것이다. 그때마다 제비꽃이 전하는 겸손의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며, 나도 제비꽃처럼 조용히 그러나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다. 세상은 겸손한 자들에게도 충분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선사할 것이다. 제비꽃은 그렇게 나에게 삶의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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