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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8. 2024

나희덕 시인의 시 '땅끝'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시인 나희덕과 청람 김왕식







                      땅끝


                                      시인 나희덕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쫓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 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나희덕 시인의 시 '땅끝'을

             

        문학평론가 김왕식 평하다




이 시는 나희덕 시인의 작품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 행,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에서 시인은 아름다운 노을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가는 모습은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꿈을 상징한다. 여기서 그네는 단순한 놀이 기구가 아니라 삶의 희망과 열망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두 번째 행,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에서는 노을이 어둠에게 삼켜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을 묘사한다. 그넷줄이 떨고 있는 모습은 불안과 두려움을 상징하며, 이는 삶의 불확실성을 암시한다. 이 부분에서는 어둠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 행, "어릴 때는 나비를 쫓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열망과 성인이 되어 겪는 현실적인 경험을 대비시키고 있다. 나비를 쫓는다는 표현은 어린 시절의 꿈과 열망을 상징하며, 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잃게 되는 순수함을 나타낸다.

네 번째 행,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 치면서 말야"는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모습을 그린다. 파도가 땅을 먹어 들어오는 모습은 삶의 위협과 도전들을 상징하며, 이러한 위협 속에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다섯 번째 행,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에서 시인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을 묘사한다. 여기서 뒷걸음질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며, 이는 삶의 절망적인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여섯 번째 행,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에서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모습을 그린다. 땅끝이 젖어 있다는 표현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나타낸다.

이 시에서 나희덕 시인은 삶의 불확실성과 위태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과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시의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의미를 담고 있어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시의 후반부에서 다소 반복적인 표현이 있어, 조금 더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시도가 있었다면 더욱 풍부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시인의 의도를 잘 살려낸 선택일 수도 있다.

요컨대, 이 시는 자연과 삶의 경계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나희덕 시인의 섬세한 표현력과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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