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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8. 2024

김혜순의 '별을 굽다'를 문학평론가 김왕식 평하다.

시인 김혜순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별을 굽다

                                           시인 김혜순




사당역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서 뒤돌아보다 마주친 저 수많은 얼굴들 모두 붉은 흙 가면 같다
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 냈을까

무표정한 저 얼굴 속 어디에  
아침마다 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밖에서는 기척도 들리지 않을 이 깊은 땅속을
밀물 져 가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하늘 한구석 별자리마다 쪼그리고 앉아 별들을 가마에서 구워 내는 분 계시겠지만
그분이 점지하는 운명의 별빛 지상에 내리겠지만
물이 쏟아진 듯 몰려가는
땅속은 너무나 깊어
그 별빛 여기까지 닿기나 할는지

수많은 저 사람들 몸속마다에는
밖에선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일렁거리나 보다
저마다 진흙으로 돌아가려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불가마 하나씩 깃들어 있나 보다

 저렇듯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 얼굴을 구워 내고 있었으니
모든 얼굴은 뜨거운 속이 굽는 붉은 흙 가면인가 보다














 


김혜순의 '별을 굽다'를 문학평론가 김왕식 평하다.




김혜순 시인의 '별을 굽다'는 사당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갈아타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현대인의 무표정한 얼굴들과 그 속에 숨겨진 삶의 힘을 탐구하는 시이다. 시는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내면과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다.


시의 첫 연은 사당역에서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면서 뒤돌아본 수많은 얼굴들이 '붉은 흙 가면' 같다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이는 현대인들의 무표정한 얼굴들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 냈을까'라는 구절은, 각자의 삶 속에서 겪어온 고난과 경험들이 그들의 표정을 형성했음을 암시한다. 이 부분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연에서는 무표정한 얼굴 속에 숨겨진 힘에 대해 묻는다. '아침마다 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힘'과 '밖에서는 기척도 들리지 않을 이 깊은 땅속을 밀물 져 가게 하는 힘'은 사람들의 내면에 숨어 있는 생명력과 삶의 의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 자신들의 내면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세 번째 연에서는 '하늘 한구석 별자리마다 쪼그리고 앉아 별들을 가마에서 구워 내는 분'이라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는 운명을 조율하는 신비로운 존재를 상징하며, 그 존재가 만들어내는 운명의 별빛이 지상에 내려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별빛이 '땅속은 너무나 깊어' 여기까지 닿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부분은 인간의 삶이 운명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지만, 그 운명이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네 번째 연은 '수많은 저 사람들 몸속마다에는 밖에선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일렁거리나 보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는 외적으로는 무표정하지만, 내면에는 열정과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저마다 진흙으로 돌아가려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불가마 하나씩 깃들어 있나 보다'라는 표현은, 각자가 자신만의 고난과 시련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마지막 연에서는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 얼굴을 구워 내고 있었으니 모든 얼굴은 뜨거운 속이 굽는 붉은 흙 가면인가 보다'라고 말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며 겪어온 삶의 경험들이 얼굴에 묻어나며, 결국 모든 얼굴이 내면의 뜨거움을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혜순 시인의 '별을 굽다'는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현대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시이다. 무표정한 얼굴 속에 숨겨진 힘과 생명력, 그리고 운명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깊이를 드러낸다. 특히, '붉은 흙 가면', '불가마', '별빛' 등의 상징적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일상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이 시는 매우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지만, 일부 독자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표현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한다면, 더 많은 독자들이 시의 의미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불가마'와 같은 상징적 표현을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거나,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면 좋을 것이다.

김혜순 시인의 '별을 굽다'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무표정함과 그 속에 숨겨진 내면의 힘을 탐구하는 시로서,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상징적 표현과 이미지의 사용이 돋보이며,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깊이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한다면, 더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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