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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8. 2024

문정희 시인의 '찬밥'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문정희 시인과 청람 김왕식








                          찬밥




                                      시인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문정희 시인의 '찬밥'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문정희 시인의 시 "찬밥"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각 행마다 독특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다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의 첫 행에서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는 문장은 화자의 외로움과 고통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아픈 몸으로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고독감을 함께 전달한다. 여기서 '찬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차가운 세상 속에서 홀로 남겨진 화자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어지는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는 표현은 찬밥을 먹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서릿발'이라는 단어는 차가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내포하며, 화자가 느끼는 고통의 깊이를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고통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상처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세 번째 행에서는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현대 사회의 편리함을 나타내는 이 표현은 반대로 화자의 상황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여전히 찬밥을 먹고 있다. 이는 화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깊은 고독과 상처가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는 화자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로 찬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외로움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동시에 그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가족에게 따스한 밥을 지어 먹이던 '그녀'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구절에서는 화자가 느끼는 그리움과 사랑이 드러난다.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라는 표현은 과거의 일상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그녀'의 존재가 화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일상의 기억이 아니라, 화자의 삶에 깊이 자리 잡은 그리움과 사랑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라는 표현은 '그녀'의 따뜻한 존재감을 강조한다. 이는 찬밥과 대비되는 따뜻함으로, 화자가 느끼는 사랑과 그리움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녀'의 부재로 인해 화자는 더 큰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찬밥을 먹는 행위로 다시 한번 상징화된다.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라는 구절에서는 '그녀'의 존재가 화자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안정감을 주었는지 드러난다.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며 일을 하던 '그녀'의 손은 화자에게 따뜻함과 사랑을 전해주었으며, 이제는 그 손길이 없어 더욱 외롭고 고독하다. 이는 '그녀'의 부재로 인해 화자가 느끼는 상실감과 그리움을 극대화시킨다.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는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라고 말한다. 이는 '그녀'가 신처럼 화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하며, 비록 물리적으로는 부재하더라도 여전히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찬밥을 먹는 과정에서 '그녀'를 만난다는 표현은 화자가 '그녀'와의 추억을 통해 위로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의 마지막 행에서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라는 구절은 화자가 스스로를 찬밥과 동일시하며, 세상 속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존재로 느끼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화자가 느끼는 고독과 상실감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시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은 찬밥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깊은 감정과 상징을 전달하는 데 있다. 찬밥은 단순히 차가운 음식이 아니라, 화자의 고독과 그리움을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화자가 느끼는 고통과 외로움이 찬밥을 먹는 행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독자에게 강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다만, 시의 흐름에서 다소 반복적인 표현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감정의 깊이를 강조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일부 독자에게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간중간 더 다양한 이미지나 상징을 활용하여 표현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문정희 시인의 "찬밥"은 고독과 사랑, 그리움의 정서를 깊이 있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찬밥이라는 소재를 통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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