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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9. 2024

백석 시인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청람 평하다

백석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시인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 한 거리 끝에 헤매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낮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 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 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끓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석 시인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고독과 슬픔,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시는 특히 개인의 고립과 내면의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당시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시인이 사용한 언어와 표현의 섬세함이다. 백석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가 시적 화자의 상황과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바람 세인 쓸쓸 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와 같은 표현은 시적 화자가 처한 외로움과 고독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고독이 아닌, 외부 환경에 의해 더욱 증폭된 내면의 고독을 상징한다.

또한, 시인은 반복적인 구성을 통해 시적 화자의 감정 변화를 표현한다.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쌔김질하는 것이었다"와 같은 구절은 시적 화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고통을 겪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독자가 시적 화자의 내면세계에 깊이 공감하게 만들며, 그의 고통이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임을 암시한다.

백석은 이 시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고독과 무력감을 탐구한다. 시적 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와 같은 구절은 이러한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처한 현실의 무게와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겪는 고통을 상징한다.

또한,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얻은 통찰을 보여준다.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끓어보며, "와 같은 구절은 시적 화자가 자신의 고독과 슬픔을 수용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고통을 단순히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한다.

이 시의 표현상 특징 중 하나는 시적 화자의 내면을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백석은 시적 화자의 감정과 생각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여 독자가 그의 내면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시인은 자연과 사물을 통해 시적 화자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와 같은 구절은 시적 화자의 내면 상태를 자연 현상과 연결하여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백석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과 그로 인한 고독과 무력감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는 시적 화자의 고통과 갈등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그는 시적 화자의 고통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고통을 수용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시의 아쉬운 부분은 시적 화자의 내면세계에 대한 묘사가 너무 깊고 복잡하여 일부 독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깊고 복잡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 시인이 이러한 부분을 조금 더 명료하게 표현했다면 독자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그로 인한 고독과 무력감을 깊이 탐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시적 화자의 내면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가 그의 고통과 갈등을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이 시는 독자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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