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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1. 2024

주광일 시인의 '오늘'을 평하다

주광일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늘



                      시인  주광일






오늘은 하루종일 기운이 없었다. 뚜렷하게 아픈 데는 없었지만, 평소 걷던 길을 걷기도 힘이 들었다. 뜨거운 날씨 탓인가, 여든 넘은 나이 탓인가.
머릿속도 온종일 아득하기만 했다. 물안개 가득한 강가처럼.
젊은 시절 한때 가깝게 지냈던 친구의 부음이 전해왔건만, 나는 그저 무덤덤했다. 결국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 친구가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다고 들었을 때의 안타깝던 내 마음도, 오늘은  담담했을 뿐이었다. 아주 깊은 호수처럼.
아, 이제 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땅이 꺼져도 담담할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오늘이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작품 「오늘」은 노년에 접어든 한 인물의 하루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삶과 죽음, 그리고 무상함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며,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오늘은 하루종일 기운이 없었다"는 주인공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시인은 주인공의 무력감을 통해 독자에게 노년의 쇠약함과 무기력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노년의 피로함과 무기력은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시인은 조용히 전하고 있다.

"뚜렷하게 아픈 데는 없었지만, 평소 걷던 길을 걷기도 힘이 들었다"는 주인공의 일상적인 행동조차 어려워진 현실을 그린다. 여기서 시인은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통해 독자가 주인공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노년의 고통이 단순히 신체적 아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도 느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뜨거운 날씨 탓인가, 여든 넘은 나이 탓인가"는 두 가지 요인을 통해 주인공의 기운 없음에 대한 원인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독자로 자연스럽게 노년의 고통과 일상적인 불편함을 공감하게 한다. 시인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독자가 주인공의 고통을 이해하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머릿속도 온종일 아득하기만 했다. 물안개 가득한 강가처럼"은 주인공의 정신적 상태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물안개 가득한 강가'라는 비유는 주인공의 혼란스러움과 어지러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시인은 이 비유를 통해 독자에게 주인공의 혼란한 내면세계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이를 통해 주인공의 고통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젊은 시절 한때 가깝게 지냈던 친구의 부음이 전해왔건만, 나는 그저 무덤덤했다"는 주인공의 감정적 반응을 담고 있다. 친구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한 주인공의 모습은 삶과 죽음에 대한 무상함을 드러낸다. 이는 주인공이 이미 여러 번의 이별을 겪으며 감정적으로 무뎌진 상태를 보여준다. 시인은 이를 통해 독자에게 삶의 무상함과 고독을 느끼게 한다.

"결국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는 주인공의 담담한 마음을 나타낸다. 시인은 주인공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죽음에 대한 수용과 체념을 드러내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그 친구가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다고 들었을 때의 안타깝던 내 마음도, 오늘은 담담했을 뿐이었다"는 주인공의 과거 감정과 현재 감정을 대조시킨다. 시인은 주인공이 시간이 지나며 감정적으로 무뎌진 상태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노년의 감정 변화와 그로 인한 고독감을 전달한다.

"아주 깊은 호수처럼"은 주인공의 담담한 마음을 깊은 호수에 비유하며, 그 감정의 깊이를 강조한다. 시인은 이 비유를 통해 주인공의 고독하고 담담한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독자가 주인공의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한다.

"아, 이제 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땅이 꺼져도 담담할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오늘이었다"는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드러낸다. 시인은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의 복잡한 감정 세계를 느끼게 한다. 이는 주인공의 내면 갈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가 주인공의 심경 변화를 공감하게 한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노년의 삶, 죽음에 대한 수용과 체념, 그리고 감정적 무상함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간결한 표현과 적절한 비유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다만,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가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주광일 시인의 「오늘」은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뛰어난 작품이다. 시인은 간결하고도 섬세한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삶의 무상함과 고독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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