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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1. 2024

'바람의 신발'을 평하다

청람 김왕식









                     바람의 신발


                                                

감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쪼아 먹다
남긴 감



바람의 신발 되었네








         청람의 시 '바람의 신발'을 평하다





청람의 '바람의 신발'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소통과 배려의 미덕을 담고 있는 짧지만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감나무 우듬지에 남은 감 하나가 바람의 신발이 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무언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 행, "감나무 우듬지"는 시의 배경을 제시한다. 감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 위치한 감을 통해, 시적 공간이 자연의 한 부분임을 알려준다. 여기서 '우듬지'라는 표현은 자연의 정점에 있는 장소를 의미하며, 감이 단순한 열매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두 번째 행, "까치 한 마리 쪼아 먹다"는 자연의 생태계를 보여준다. 까치는 본능에 따라 감을 쪼아 먹지만, 이는 단순한 먹이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의 역할을 한다. 까치의 행동은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여기서 '쪼아 먹다'라는 동작은 까치의 생동감과 활기를 전달하며, 자연의 순환 과정을 암시한다.

세 번째 행, "남긴 감 / 하 / 나"는 시의 전환점을 제공한다. 까치가 다 먹지 않고 남긴 감 하나는 단순한 열매가 아니라, 자연의 배려와 공유의 상징이 된다. '남긴 감'은 까치의 본능적 행위지만, 이는 자연 속에서 다른 생명체에게 제공되는 자원이 된다.

'하 / 나'라는 표현은 감 하나에 집중하게 하며,

이 작은 열매가 가진 상징적 의미를 강조한다.

네 번째 행, "바람의 신발 되었네"는 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까치가 남긴 감은 이제 바람의 신발이 된다. 이는 자연의 순환과 배려의 과정을 통해, 감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 과정을 의미한다. 바람은 까치가 남긴 감을 신발로 사용함으로써, 자연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이어간다.

여기서 '바람의 신발'이라는 은유는 자연의 조화와 연결을 상징하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자연 내부의 상호작용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언어 사용이 두드러진다. 청람은 최소한의 단어로 최대한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우듬지', '쪼아 먹다', '남긴 감', '바람의 신발' 등의 표현은 각각의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행간의 여백과 '하 / 나'와 같은 절제된 표현은 독자로 시의 의미를 천천히 음미하게 하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작용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이다. 감 하나를 통해, 인간과 자연, 자연 내부의 생명체들 간의 배려와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청람은 이러한 메시지를 간결한 언어와 상징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자면, 시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은유적이어서 독자가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좀 더 직관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청람의 시적 스타일과 깊이 있는 표현 방식의 한 부분이기도 하므로, 이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해석될 수 있다.

요컨대, '바람의 신발'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시이다. 청람은 간결한 언어와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우리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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