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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3. 2024

백영호 시인의 '갯사람 남해댁은'을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갯사람 남해댁은


                                시인  백영호




남해댁  두 귀는
갯소리에 주파수 맞추고
썰물의 발자국 소리 귀 기울인다

썰물이 남해댁 내외의 마중물
무논에 벼이삭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들으며 영글 듯
갯사람 남해댁 내외도
썰물의 발자국이 멀어지면
장비를 챙겨 갯벌로 나간다

갯벌이 직장이고 일터이며
이 집안 대들보임에
뻘밭에서 힘 다해 일하다가
밀물 발자국 소리 들리면
얼렁 챙겨 뻘밭을 나와야 산다

오늘 수고가 끝나는가
밀물이 점령군처럼 밀고 온다
여보, 어서 나갑시다,
저것들이 겁나게 무섭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시는

점점 농익어간다.


시인의 '갯사람 남해댁은'은 바다와 갯벌을 일터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시의 각 행은 남해댁 내외의 삶의 리듬과 그들의 생업을 중심으로 한 일상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바다와 갯벌의 생명력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첫 번째 연은 "남해댁 두 귀는 갯소리에 주파수 맞추고 / 썰물의 발자국 소리 귀 기울인다"로 시작된다.
이 부분에서 '남해댁'의 귀는 갯소리에 주파수를 맞춘다. 이는 그들이 바다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썰물의 발자국 소리'는 썰물이 빠져나가는 소리를 의인화한 표현으로, 자연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느끼게 한다. 이 구절은 갯사람들이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삶의 본질을 나타낸다.

두 번째 연에서는 "썰물이 남해댁 내외의 마중물 / 무논에 벼이삭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들으며 영글 듯 / 갯사람 남해댁 내외도 썰물의 발자국이 멀어지면 장비를 챙겨 갯벌로 나간다"라고 하여, 썰물이 그들의 일터로 나가는 신호가 됨을 보여준다.
'무논에 벼이삭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들으며 영글 듯'이라는 비유는 농부가 벼를 키우듯, 갯사람들도 썰물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이 비유를 통해 작가는 갯사람들의 삶이 농부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 연에서는 "갯벌이 직장이고 일터이며 이 집안 대들보임에 / 뻘밭에서 힘 다해 일하다가 밀물 발자국 소리 들리면 / 얼렁 챙겨 뻘밭을 나와야 산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갯벌이 그들의 직장이자 일터임을 명확히 하고, 갯벌에서의 노동이 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밀물 발자국 소리'는 밀물이 들어오는 소리를 의인화한 표현으로, 이 소리가 들리면 서둘러 갯벌을 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을 담고 있다. 이는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존해야 하는 갯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 연에서는 "오늘 수고가 끝나는가 / 밀물이 점령군처럼 밀고 온다 / 여보, 어서 나갑시다, / 저것들이 겁나게 무섭소!"라는 구절로 마무리된다.
 '밀물이 점령군처럼 밀고 온다'는 표현은 밀물의 세력을 극적으로 묘사하여, 그 힘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것들이 겁나게 무섭소!'라는 대사는 갯사람들의 두려움과 긴박함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는 밀물에 대한 공포와 동시에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것으로, 갯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위태로운지를 잘 드러낸다.

백영호 시인의 '갯사람 남해댁은'은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삶을 주제로 하여, 갯사람들의 고단하지만 성실한 삶을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생생한 의인화와 비유를 통해 자연의 소리와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갯사람들의 삶의 리듬을 전달하고자 한다. 각 연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살아가는 갯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하며, 그들의 삶의 고단함과 동시에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다만, 갯사람들의 삶의 리듬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의 변화까지도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밀물과 썰물의 변화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좀 더 섬세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전체적으로 '갯사람 남해댁은'은 바다와 갯벌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인 묘사가 돋보이며, 자연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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