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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7. 2024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문학평론가 김왕식 평하다

문태준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가재미


                            시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  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  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 쪽 눈이 다른 한 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 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이 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 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문태준 시인의 시 '가재미'를 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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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의 시 「가재미」는 암 투병 중인 여성과 화자가 병실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상황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는 여성의 투병 생활과 그녀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감정들을 밀도 있게 전달하고 있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라는 구체적인 공간적 배경과 상황을 제시한다. 이는 독자로 즉각적으로 시적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시인은 병실의 구체적인 번호까지 제시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하며, 그녀의 처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는 비유를 통해 그녀의 힘든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가재미라는 이미지는 평면적이고 바닥에 밀착된 모습을 연상시키며, 그녀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와 무력감을 암시한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라는 구절을 통해 화자는 그녀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화자도 한 마리 가재미가 되어 그녀 옆에 눕는다는 표현은 화자의 깊은 연민과 연대감을 나타낸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는 장면은 두 존재가 서로의 고통을 나누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감정의 폭발을 의미하며, 화자의 공감이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는 표현은 그녀의 외형적 변화를 통해 질병의 고통과 쇠약함을 강조한다. 시인은 신체적 변화를 통해 그녀의 고통을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는 구절을 통해 그녀와 화자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죽음을 직면하고 있지만, 화자는 그녀의 과거와 삶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의 존재를 기리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는 표현으로 그녀의 과거 삶을 회상한다. 물속에서 좌우로 흔들리며 살던 그녀의 모습은 역동적이었던 그녀의 삶을 상징하며, 화자는 이를 통해 그녀의 생명력을 기리고 있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 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라는 구절로 그녀의 일상적인 삶의 순간들을 회상한다. 이는 그녀의 일상과 자연의 소리들을 통해 그녀의 삶이 단순한 병실의 고통이 아닌 풍요로운 기억들로 가득 차 있음을 시사한다.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는 구절을 통해 그녀의 일상적이고 소박한 생활을 그린다. 이는 독자로 그녀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삶을 떠올리게 하며, 그녀의 인생이 단순한 투병의 고통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이 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는 구절로 그녀의 쇠약해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그녀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함과 동시에 그녀의 인간적 나약함을 보여준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는 구절로 그녀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모습을 표현한다. 느릅나무껍질이라는 비유는 거친 숨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그녀의 고통을 더욱 강조한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밖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는 구절로 화자는 그녀가 곧 죽음을 맞이할 것임을 예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화자의 슬픔과 절망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그녀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는 구절로 화자는 그녀와의 연대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녀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나며,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는 마지막 구절은 그녀의 존재와 기억이 화자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하며, 그녀의 사랑과 위로가 여전히 화자에게 남아 있음을 나타낸다.

시의 전체적인 표현은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문태준 시인은 비유와 상징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그녀의 고통과 화자의 연민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또한, 그녀의 일상과 기억을 회상함으로써 그녀의 존재가 단순한 고통으로만 정의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부 비유가 다소 과도하게 사용된 느낌이 있어 독자가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유와 상징을 조금 줄이고, 그녀의 고통과 화자의 연민을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는 감동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그녀의 투병 생활과 화자의 연민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인 문태준은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아홉 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 동하고 있다.

2004년 <동서문학상>, <노작문학 상>, <유심작품상> ,

2005년 <미당문학상>,

2006년 <소월시문학상> ,

2014년 <서정시학작품 상> ,

 2018년 <목월문학상> 을 수상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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