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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9. 2024

김남조 시인의 '설일'을 문학평론가 김왕식 평하다

김남조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설일


                      시인 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남조 시인의 '설일'을 평하다




여류 원로 작가인 김남조 시인이
얼만 전 작고하셨다.
문학계의 큰 별이 졌다.

김남조 시인의 시 '설일'은 자연과 인간, 삶과 사랑, 고독과 연대감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 '설일'은 '눈 내리는 날'이거나
'설날'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는 각 행마다 고유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첫 연은 겨울나무와 바람의 상호작용을 묘사한다. 여기서 '머리채 긴 바람'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생동감 있게 그려지며, 바람이 가지에 걸려 있는 모습을 '투명한 빨래'에 비유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 표현은 바람과 나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결코 혼자가 아님을 상징한다. 이는 인간 역시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둘째 연에서는 인간의 고독에 대한 성찰이 드러난다. '혼자는 아니다'라는 반복은 고독 속에서도 누구나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하늘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이 외톨이처럼 느껴질 때조차 하늘은 함께 한다는 위로를 제공한다. 이는 신앙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와의 연대를 암시하기도 한다.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셋째 연은 삶과 사랑에 대한 철학적 관조를 담고 있다. '은총의 돌층계'와 '섭리의 자갈밭'이라는 비유는 삶과 사랑이 단순히 아름답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중간 어디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는 인생의 여정이 항상 평탄하거나 순탄치만은 않음을 의미하며, 그럼에도 삶과 사랑이 가치 있는 것임을 시사한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넷째 연은 마음의 변화를 통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다룬다. '이적진 말'은에서 '이적진'은 '이제까지는'의 사투리다.
이는 갈등을 풀기 위해 사용된 말들을 의미하며, '말없이 삭이고'는 그 갈등을 내면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생명을 살자는 다짐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삶을 '황송한 축연'으로 여기는 태도는 긍정적인 인생관을 반영하며, 이는 독자에게 큰 위로와 격려를 준다.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다섯째 연은 새해의 시작과 함께 순수함과 희망을 상징한다. '눈시울'과 '얼음꽃'은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승천한 눈물'은 고통과 슬픔을 초월한 정화된 감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눈물들이 백설로 다시 땅에 내리는 모습은 새로운 시작과 순수한 마음가짐을 상징한다. 이는 새해를 맞이하는 독자에게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한다.

김남조 시인의 '설일'은 섬세한 자연 묘사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는 철학적 사유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특히 비유와 상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고독과 연대, 삶과 사랑의 복잡성을 시적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반복적 구문 사용과 상징적 이미지들은 시의 감정적 울림을 한층 더 강화한다.

이 시는 고독 속에서도 자연과의 연대를 통해 위로를 받고, 삶과 사랑의 여정에서 겪는 고통과 기쁨을 포용하며, 궁극적으로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한다. 또한,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희망과 순수함을 간직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심어준다.

시의 전체적인 구조와 내용은 매우 완성도가 높다. 다만, 각 연의 주제와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기 위해 조금 더 구체적인 이미지나 상황을 제시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가 더 쉽게 시의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남조의 '설일'은 자연과 인간, 삶과 사랑의 본질을 통찰력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고독 속에서도 자연과의 연대를 통해 위로를 받고, 삶의 여정에서 겪는 모든 경험을 수용하며, 궁극적으로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한다. 특히, '머리채 긴 바람'과 같은 독창적인 표현은 시의 생동감을 더해주며, '은총의 돌층계'와 '섭리의 자갈밭'은 삶과 사랑의 복잡성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이러한 시적 기법과 철학적 사유는 김남조 시인의 작품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이다.

독자들은 이 시를 통해 자연과의 연대감, 삶의 긍정적 태도,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현대인의 삶에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 김남조 시인은 '설일'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깨닫게 하며, 고독 속에서도 결코 혼자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이 시는 섬세하고도 깊이 있는 시적 표현과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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