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9. 2024

나는 부르주아 노숙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부르주아 노숙자

            ㅡ 한 노숙자의 삶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건물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이 건물이 마치 거대한 궁전처럼 보인다고 한다. 최고급 대리석 바닥은 햇살에 반짝이고, 천정엔 이태리 산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휘황찬란하다. 실내에는 수십 개의 최고급 회장실이 있어,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냉난방 시스템은 자동으로 조절되어 언제나 쾌적한 온도를 유지한다.
그곳은 바로 인천 국제공항이다.
식사는 하루 세 끼, 매일매일 뷔페식으로 먹는다.
도심 거리 무료 급식소를 이용한다.

나의 직업은 노숙자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내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고층 빌딩 사이를 헤매는 수많은 노숙자들은 사실 이 도시의 가장 화려한 궁전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거리에 있지만, 그들이 서 있는 대리석 바닥은 수억 원짜리 건물의 일부이다. 그들이 잠을 청하는 밤, 빌딩 안에서는 다양한 술들이 넘쳐나고, 회장실에서는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진다.

도시는 화려하게 빛나고, 고급 빌딩들은 그야말로 예술작품과도 같다. 그러나 그 건물들 주변을 둘러보면, 고단한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빌딩의 화려함에 가려진 존재들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세계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서울은 매일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 발전의 이면에는 빈부격차가 극명하게 존재한다.

도시의 중심부에선 수백억 원짜리 계약이 체결되고, 사람들은 값비싼 음식을 즐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그 바로 바깥, 차가운 거리에는 집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일상은 빌딩 안의 호화로운 삶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 그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며 하루를 보낸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건물에서 노숙자로 살아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단순한 웃음거리로 넘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들은 사실상 그 도시의 주인이다. 그들은 도시의 모든 빛과 그림자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빛보다는 그림자에 더 가깝다.

노숙자들은 도시에 살지만, 도시에 속하지 못한다. 그들은 사회의 가장자리에 서 있으며, 언제나 불안정한 삶을 이어간다. 그들은 도움의 손길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도시의 일부이지만, 도시는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은 돈과 권력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실패를 감수하며, 누군가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노숙자들은 그 실패의 대표적인 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고, 거기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들은 또한 자본주의의 희생양이다. 그들이 노숙자로 살아가는 동안, 도시의 빌딩들은 더욱 높아지고, 화려해진다. 그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깊어지고, 도시는 더욱 번영해진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는 과연 이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변해야 한다. 우리는 노숙자들이 더 이상 도시의 가장자리에 서지 않도록,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더 이상 거리에서 잠을 청하지 않고, 따뜻한 집에서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자본주의의 역설을 극복해야 한다. 돈과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노숙자들이 더 이상 비참한 삶을 살지 않도록, 그들이 도시의 중심부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는 더 이상 고급스러운 빈곤의 역설을 방치할 수 없다. 우리는 변화해야 하며, 그 변화는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모여, 노숙자들이 더 이상 도시의 그림자가 아닌, 빛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ㅡ 청람

작가의 이전글 가슴에 못 박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