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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4. 2024

시인 이상의 '오감도'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이상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궁금했습니다.


하여

오래전부터

이상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상 김해경 님,

당신께서는

띄어쓰기를

안 하는 것인지?


죄송하지만

혹시

못하는 것은 아닌지?


간혹

띄어쓰기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붙여 씀으로써

자기의 무능을 위장하긴

합니다만 ㅠ


여하튼

독자들이

많이

고통스러워합니다.




■   


                오감도 시제 1호  


                        시인 이상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달은 골목이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십삼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  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야도좋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상의 오감도를 평하다




오감도는 이상(李箱)이 지은 시로서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이태준(李泰俊)의 소개로 연재되었다.
‘오감도’는 조감도(鳥瞰圖)의 징표를 부정적으로 바꾼 신조어(新造語)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난해시로 일대 물의를 일으켜 독자의 비난을 받고 중단되었다.

그만큼 파격적인 작품으로 종래의 시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시라고 할 수 있다.

이상 시인의 '오감도 제1호'는 그 난해함과 독창성으로 한국 현대시사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겉보기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현대인의 불안과 불신을 예리하게 드러내는 깊이 있는 의미가 숨어 있다.

첫째, 이 시는 13인의 아이들이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13이라는 숫자는 흔히 불운을 상징하며, 이 숫자의 반복은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를 준다. 아이들은 도로를 질주하면서도 모두 무서워하고 있다. 이 무서움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존재론적 불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각 행마다 '무섭다고 그리오'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이는 현대인의 상호 불신과 두려움을 상징하며,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는 단순히 외부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두려워하는 내적 불안에서 기인한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인간 관계의 단절과 소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셋째,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라는 구절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무서움과 불안은 피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는 현대인이 처한 상황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나타낸다.

또한, 시는 전체적으로 비구상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구체적인 현실이나 대상 없이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비구상적 언어는 반논리적이며, 반현실적인 세계를 구축하는데, 이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 인간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 시는 그 자체로 현실의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시의 형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시적 언어를 창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않아도 좋소'라는 구절은 반복과 역설을 통해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시의 난해함이 독자들에게 지나치게 큰 해석의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일 수 있으나, 동시에 작품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난해함 속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단서나 해설이 제공되었다면 더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요컨대, '오감도 제1호'는 이상 시인이 현대인의 불안과 불신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그 독창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이 시는 기존의 시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언어를 창조함으로써, 현대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난해함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의 '오감도 제1호'는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으로, 그 가치는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재평가될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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