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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4. 2024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기형도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엄마 걱정




                                시인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홀짝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시인은

아홉수를 넘기지 못했다.


종로 뒷골목  '파고다 극장'에서

새벽 청소부 아주머니에 의해

발견됐다.


하늘나라로 갔다.

29 세였다.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을
볼 때마다
박재삼 시인의
"추억에서"가 떠오른다.

'엄마 걱정'은 독자의 감성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으로,

이 시를 볼 때마다

박재삼 시인의 시 '추억에서'가

떠오른다.


엄마걱정은

시인의 유년 시절의 경험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첫 번째 행에서는 시인의 어머니가 시장에 가는 장면을 묘사한다. '열무 삼십 단'은 어머니의 무거운 짐을 상징하며, 어머니의 삶의 무게와 희생을 암시한다. '시장에 간 우리 엄마'는 시인이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으며,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린다.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두 번째 행에서는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묘사한다. '해는 시든 지 오래'는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나타내며, 시인의 불안과 걱정을 표현한다. 이 행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시인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나타낸다.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세 번째 행에서는 시인의 외로움과 고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찬밥처럼 방에 담겨'라는 표현은 시인이 방 안에서 버려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정서적 공허함을 의미한다.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네 번째 행은 시인이 시간을 끌기 위해 천천히 숙제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하며, 기다림의 고통을 강조한다.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다섯 번째 행에서는 시인의 절박한 마음이 드러난다. '배춧잎 같은 발소리'는 어머니의 발소리를 묘사하며, 그 소리를 기다리는 시인의 초조함과 절망감을 나타낸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여섯 번째 행은 시인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어둡고 무서워'는 시인의 감정 상태를 직설적으로 나타내며,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는 그 두려움을 더욱 극대화한다. 빗소리는 고요함 속에서 느끼는 불안을 상징한다.

"빈방에 혼자 엎드려 홀짝거리던"
일곱 번째 행에서는 시인의 유년 시절의 외로운 모습을 그린다. '빈방에 혼자 엎드려 홀짝거리던'은 시인이 혼자서 울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며, 이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깊은 슬픔을 나타낸다.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여덟 번째 행은 시인이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아주 먼 옛날'은 과거의 기억을 의미하며,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은 그 기억이 현재까지도 시인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마지막 행은 시인이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을 그린다. '그 시절'은 시인의 어린 시절을 의미하며, '내 유년의 윗목'은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과 동시에,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차가운 감정을 상징한다.

이 시는 기형도 시인의 유년 시절의 정서적 경험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시인의 표현은 매우 섬세하며, 각 행마다 시인의 감정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시인은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독특한 비유와 이미지로 표현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 시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머니의 존재가 시종일관 부재로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부재를 통해 시인의 고독과 슬픔을 강조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어머니와의 따뜻한 기억이나 긍정적인 순간을 조금 더 삽입했다면 시의 정서적 폭이 더욱 넓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어머니의 존재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린다면, 시의 감동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기형도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유년 시절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시는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의 섬세한 표현과 정교한 이미지가 이러한 감정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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