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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6. 2024

박은경 시인의 시 '밤꽃[栗花]선물'을 청람 평하다

박은경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밤꽃[栗花] 선물  



                           시인 박은경  



아파트 뒷산 바람에 실려  

스멀스멀 파고들어 온 살내음  

콧구멍 크게 열리고 몸이 반응한다  


야화향기에 취해  

집집마다 일찍 꺼지는 불빛  

지상은 숨소리조차 멈춰버린다  


밤꽃 栗花향기가 집안을 차고 들어와  

은빛 정어리 떼 같은 힘을 가진 남자와  알록달록한 꿈을 그리는 아내의 속삭임  숨 죽이며 별이 눈 감는 날  

텃밭 감자가 토실토실 익어간다  


코를 틀어막는 혼미함에  

포복하는 창문 흔들어 대는 바람  기다란 수꽃에 힘을 실어  

향기 취한 암꽃을 유혹하는 밤  


비릿한 정담에 허둥대는 사랑놀이

야화夜花의 황홀지경

어디까지 깊어지려나








문학평론과 청람 김왕식,

박은경 시인의 시 '밤꽃栗花 선물'을 평하다




박은경 시인의 시 "밤꽃[栗花]선물"은 향기와 감각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교감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각 행마다 다층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첫 번째 행에서 아파트 뒷산 바람에 실려오는 밤꽃 향기는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며 시의 시작을 알린다. '스멀스멀'이라는 표현은 향기가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며 사람의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를 내포한다.


두 번째 행에서는 향기에 취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콧구멍 크게 열리고 몸이 반응한다'는 표현은 밤꽃 향기의 강렬함과 그에 따른 인간의 반응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시인은 향기를 통해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을 깨우고, 자연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 행과 네 번째 행에서는 밤꽃栗花의 향기가 집집마다 퍼지며 일찍 꺼지는 불빛을 묘사한다. '야화夜花 향기에 취해 집집마다 일찍 꺼지는 불빛'이라는 구절은 밤꽃 향기의 마법 같은 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자연의 힘을 강조한다. '지상은 숨소리조차 멈춰버린다'는 표현은 그 신비로운 힘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다섯 번째 행에서 일곱 번째 행까지는 밤꽃栗花 향기가 집안을 채우며 부부의 속삭임과 꿈을 그려낸다. '은빛 정어리 떼 같은 힘을 가진 남자와 알록달록한 꿈을 그리는 아내의 속삭임'이라는 표현은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대조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둘의 조화를 강조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넘어, 인간관계의 조화를 그리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별이 눈 감는 날, 텃밭 감자가 토실토실 익어간다'는 구절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생활이 연결되는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여덟 번째 행과 아홉 번째 행에서는 밤꽃栗花 향기의 강렬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코를 틀어막는 혼미함에 포복하는 창문 흔들어 대는 바람'이라는 표현은 향기의 강렬함이 창문을 흔들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자연의 힘을 다시금 부각한다.

'기다란 수꽃에 힘을 실어 향기 취한 암꽃을 유혹하는 밤'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밤꽃의 생명력을 강조하며 시를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시인은 자연의 생명력이 인간의 감각과 교감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 연 '비릿한 정담에 허둥대는 사랑놀이 / 야화夜花의 황홀지경'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사랑이 혼합된 모습을 그린다.

이는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현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을 표현하며,

 '어디까지 깊어지려나'라는 질문으로 시를 마무리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깊이 이어질 수 있는지를 독자에게 질문하며, 열린 결말을 제공한다.


이 시는 박은경 시인이 자연의 힘과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을 조화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향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인은 자연의 힘과 인간의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향기를 통해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아름답게 그려낸 점이 특히 돋보인다.

이 시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심오한 교감을 담아낸 작품으로, 향기를 통해 감각과 감정의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박은경 시인은 밤꽃의 향기를 통해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을 일깨우고, 자연의 힘을 재발견하게 한다. 이는 현대인의 감각을 자극하여 자연과의 교감을 재조명하게 하는 중요한 시적 성취이다.

또한, 시인은 밤꽃의 향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된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해석하고 있다. 이는 박은경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로, 현대 사회에서 자연과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요컨대, 이 시는 박은경 시인의 섬세한 감각과 깊은 사유가 담긴 작품으로, 향기를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심오한 교감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향기를 통해 독자의 감각과 감정을 자극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이 시는 현대 시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만한 작품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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