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6. 2024

박은경 시인의 시 '멈추지 않는 바퀴'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멈추지 않는 바퀴
 
                 시인 박은경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듣기 싫어 티브이 끈다
화딱지 뒤집어쓰고 귀 막아 보지만
현수막마다 언제나 그랬다는 듯
결심이 단단하다
정치판 물갈이한다며 호언장담하는 꼴이
바람의 숨결 옥죈다
권력자의 방줄 손놀림에 운명이 뒤바뀔
너나 나나 같은 처지라는 듯
하늘엔 가오리연 날리고
목숨 줄에 매달린 선거판 내려다보니
꽃망울은 입춘에 젖었는데
귀 닫고 입만 떠벌리는 잡것들의 잔치
줄타기 눈치작전에 눈이 벌겋다 풀리고
낯선 얼굴이 현수막에 걸려
불신의 수레바퀴 돌린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은경 시인의 시 '멈추지 않는 바퀴'를
평하다





'시어를 만지작거릴 줄 안다'
아마도
이는 박은경 시인을 두고 한 말일 게다.

시인 박은경의 시 "멈추지 않는 바퀴"는 정치적 현실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각 행은 정치판의 혼란과 그에 따른 민중의 무력감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시적 화자의 비판적 시선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첫 행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듣기 싫어 티브이 끈다"는 정치권의 공허한 약속과 헛소리에 대한 화자의 염증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표현은 허무맹랑한 소리, 의미 없는 잡음을 의미하며, 이는 정치인들의 말이 실질적이지 않고 공허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화자는 이와 같은 소리를 듣기 싫어 TV를 끄지만, 이러한 행동은 결국 무력한 저항에 불과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화딱지 뒤집어쓰고 귀 막아 보지만"에서는 화자가 정치권의 행태에 격분해도 소용이 없음을 나타낸다. 귀를 막아보지만, 현수막마다 보이는 정치인들의 결심이 단단하게 서있다는 점은, 국민의 의견이나 반발이 그들에게는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세 번째 행 "정치판 물갈이한다며 호언장담하는 꼴이 바람의 숨결 옥죈다"에서는 정치인들이 개혁을 주장하며 큰소리치는 모습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표현하고 있다. 바람의 숨결이 옥죄인다는 표현을 통해, 정치인들의 말이 공허하게 흩날리며,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권력자의 방줄 손놀림에 운명이 뒤바뀔 너나 나나 같은 처지라는 듯"은 권력자의 손에 의해 민중의 운명이 좌우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방줄 손놀림"이라는 표현은 권력자들의 조종과 그로 인해 변화하는 민중의 삶을 암시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권력의 무게를 체감하게 만든다.

"하늘엔 가오리연 날리고 목숨 줄에 매달린 선거판 내려다보니"에서는 선거판이 마치 하늘에 매달린 연처럼 불안정하고, 그 결과가 우리의 목숨 줄에 달려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선거의 불확실성과 그 결과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상기시킨다.

"꽃망울은 입춘에 젖었는데 귀 닫고 입만 떠벌리는 잡것들의 잔치"는 희망의 싹이 트는 시기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여전히 귀를 닫고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잡것들'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여 정치인들에 대한 경멸과 실망을 여실히 드러낸다.

"줄타기 눈치작전에 눈이 벌겋다 풀리고"에서는 정치인들의 줄타기와 같은 행태, 즉 눈치 보기와 기회주의적 행동이 민중에게 얼마나 피로감을 주는지를 묘사한다. 눈이 벌겋게 풀린다는 표현은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 지친 민중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마지막 행 "낯선 얼굴이 현수막에 걸려 불신의 수레바퀴 돌린다"에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정치인들조차도 불신의 대상이 되며, 이러한 불신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암시하며, 정치적 불신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정치적 불신과 회의, 민중의 무력감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박은경 시인은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며, 정치적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다만, 이 시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이 일부 독자에게 일정 부분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의 말미에 약간의 희망적 메시지를 추가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요컨대, 박은경 시인의 "멈추지 않는 바퀴"는 정치적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시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힘이 있다.




ㅡ  청람 김왕식

작가의 이전글 박은경 시인의 시 '밤꽃[栗花]선물'을 청람 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