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8. 2024

류화옥 시인의 시 '아버지의 뒷모습'을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버지 뒷모습



                          시인 류화옥




산동네  
회색빛으로 낮게 내려앉은  
앉은뱅이 같은 집들 사이  
구불구불한 길 따라  
멀어져 가는 아버지

도시에 나가 공부하는 아들ㆍ딸  
쌀과 반찬 갖다 주고

돌아가시는  아버지 뒷모습  

처음으로 작다고 느껴졌을 때  

두 눈엔 왈칵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수많은 짐을 지고 걷는  

낙타 같은 아버지의 등엔  

소꼴의 푸르름이 넘실대고  

가을 황금 단 춤을 추고  

겨울 추위 녹여 줄 감 가득  

콧노래를 불렀었다  


흐르는 강물 따라  

모든 짐 내려놓은 낙타등  

어느새 거북이 되어  

뒤돌아보고 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류화옥 시인의 시 "아버지 뒷모습"을
평하다




류화옥 시인은

시를

잘 쓴다.


음색이  청아淸雅한

그리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시인이다.


의 시 "아버지 뒷모습"은 한 편의 서사시와도 같다. 이 시는 단순히 아버지의 뒷모습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사연과 감정을 다층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각 행마다 시인의 섬세한 시각과 표현이 돋보이며, 독자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첫 번째 연에서는
회색빛 산동네와 앉은뱅이 같은 집들을 통해 배경을 설정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아버지가 살아가는 환경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회색빛이라는 단어를 통해 그리 밝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기서 '앉은뱅이 같은 집들'이라는 표현은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이 배경 설정은 독자에게 감정의 몰입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연은
도시에서 공부하는 자식들을 위해 쌀과 반찬을 갖다 주고 돌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작다고 느껴졌을 때'라는 표현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를 상기시키며,
동시에 그가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때 '왈칵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라는 구절은 자식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극점을 표현한다.

세 번째 연에서 시인은
아버지를 '낙타'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아버지가 수많은 짐을 지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 낙타의 등에 '소꼴의 푸르름'과 '가을 황금 단'이 춤춘다는 표현을 통해,

아버지가 짐을 지고 가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그 속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겨울 추위 녹여 줄 감 가득 콧노래를 불렀었다'는 표현은 아버지가 고된 일상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아버지의 강인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지막 연에서는
'흐르는 강물 따라 모든 짐 내려놓은 낙타'가 '거북이'로 변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변화를 통해 아버지가 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평화를 찾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뒤를 돌아보는 모습은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책임과 의무를 암시한다.
이 장면은 아버지의 삶이 단순히 노동의 연속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와 감정이 있음을 드러낸다.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우선, 비유와 상징의 사용이 매우 돋보인다. 아버지를 낙타와 거북이에 비유한 점, 그리고 그 등을 자연의 요소들과 연결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탁월하다.

회색빛 산동네와 앉은뱅이 같은 집들, 그리고 구불구불한 길과 멀어져 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류화옥 시인이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아버지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서도 잃지 않는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자식을 향한 끝없는 사랑과 책임감이다.

이 시는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깊은 감정과 의미를 통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류화옥 시인의 "아버지 뒷모습"은 단순한 시를 넘어, 한 편의 서사시와도 같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시는 아버지에 대한 헌사獻辭이자,

그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낸 수작秀作임에 틀림없다.


ㅡ 청람 김왕식

작가의 이전글 시인 박정민의 시 '무지無知'를 청람 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