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시집올 때 입고 온 한복, 보공 되고 말았네!
어머니는 찬밥을 좋아하셨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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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아무리 따뜻해도
어머니의 손길만큼은 아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겨울바람에
우리의 언 손을 녹인다.
허나
어머니의 따뜻함과 사랑을
담아 드리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한겨울 농촌,
차가운 윗목의 아이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정성 담아 지으신 밥은
언제나 따뜻했다.
그 밥 한 공기가 우리를 품 안에 품었다.
어린 가슴에는
행복이 차올랐다.
어머니의 밥은
늘
우리가 남긴 밥이다
찬밥을 물에 말아 드시며
말씀하신다.
"나는 따뜻한 밥보다 찬밥이 좋다.
물 말아먹으면 소화가 잘 되니"
어머니의 그 말은
어린 내게 진심이었다.
내 눈으로는
어머니의 희생을 보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
어머니의 등 뒤에는 귀한 한복이 간직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집오실 때 마련해 온 한복은
어머니의 꿈과 사랑과 기대를 담고 있었다.
그 한복은 언제나 옷장 속에만 있었다.
농사일로 바쁜 어머니
머리에 두른 수건과 허름한 옷이 전부였다.
어느 날,
그 한복을 꺼내어 보았다.
아름다운 색감과 정교한 자수가 눈을 사로잡았다.
이 한복은 어머니의 젊은 시절 꿈과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 한복을 시집올 때
단 한 번밖에 입지 못했다.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입지 못한 채
그토록 아끼던 한복은
당신의 관 속
보공이 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어머니일 뿐이다.
여성 이전에 어머니다.
그 삶은 희생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따뜻함은 우리의 삶을 빛나게 했다.
어머니의 찬밥과 한복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와 사랑,
그리고
눈물이 담겨 있다.
ㅡ
어머니,
그대의 찬 밥과 그대의 따뜻한 사랑을 기억합니다.
한복 속에 묻혀간 꿈들도, 그대의 사랑과 희생 앞에는 영원히 피어나는 꽃들이 되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보공 ㅡ 관 속의 빈 곳을 채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