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3. 2024

한연희 시인의 시 '오디'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디


           시인 文希 한연희




더위가 꺾인 초저녁
세발자전거 탄
다섯 살 꼬마가 멈춘 곳은
바닥이 검붉은 야생뽕나무 아래

친구 한 명 없는 낯선 시골
엄마 대신 할머니와 사는 꼬마
손이며 입이며 혓바닥에 온통
보라색 달콤한 기억을 새겼다

새카만 오디가 할머니 손바닥에

앉으면 입 속으로 쏙쏙
높은 가지를 당겨주면
직접 따서 입 속으로 쏙쏙

다음날 까만 오디의 고백이
혈변인 줄 알았다가 폭소로
이어진 다디단 오디
아픈 기억까지 까맣게 밀려나리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연희 시인의 시 '오디'를
평하다



한연희 시인은 동화 속
인물이다.

어느새
우리 모두는
고즈넉한 시골 둔덕
오디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였다.

서로 까맣게 물든 손톱,
입 주변의 검붉은 오딧물을
가리키며
웃는다.


틈새
나도 있다.

한연희 시인의 시 '오디'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작품이다.
시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기억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오디를 통해 그 시절의 감정과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
이 시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따뜻한 향수와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더위가 꺾인 초저녁  
세발자전거 탄  
다섯 살 꼬마가 멈춘 곳은  
바닥이 검붉은 야생뽕나무 아래"
첫 번째 연에서는 더위가 꺾인 초저녁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설정하며 시작된다. 세발자전거를 탄 다섯 살 꼬마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그가 멈춘 곳은 검붉은 야생뽕나무 아래로, 이는 자연과의 친밀한 관계를 암시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매우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묘사하여 독자가 그 장면을 생생히 그릴 수 있게 한다.

"친구 한 명 없는 낯선 시골  
엄마 대신 할머니와 사는 꼬마  
손이며 입이며 혓바닥에 온통  
보라색 달콤한 기억을 새겼다"
두 번째 연에서는 꼬마가 낯선 시골에서 친구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엄마 대신 할머니와 살고 있다는 점은 다소 쓸쓸한 상황을 암시하면서도, 할머니와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한다. 오디를 통해 얻은 보라색 달콤한 기억은 단순한 맛의 기억을 넘어, 그 시절의 소중한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는 어린 시절의 단순하지만 강렬한 경험을 잘 담아내고 있다.

"새카만 오디가 할머니 손바닥에 앉으면  
입 속으로 쏙쏙  
높은 가지를 당겨주면  
직접 따서 입 속으로 쏙쏙"
세 번째 연에서는 할머니와의 상호작용이 중심이 된다.
할머니가 오디를 손바닥에 올려놓아 주면, 꼬마는 그것을 입에 넣는 장면은 할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을 상징한다. 높은 가지를 당겨주어 오디를 따게 해주는 장면은 할머니와 꼬마의 협력과 유대감을 보여준다.
이 장면을 통해 작가는 가족 간의 소중한 관계와 사랑을 부각하고 있다.

"다음날 까만 오디의 고백이  
혈변인 줄 알았다가 폭소로  
이어진 다디단 오디  
아픈 기억까지 까맣게 밀려나리라 "
마지막 연에서는 오디를 먹은 후의 에피소드를 통해 유머를 더한다. 까만 오디의 고백이 혈변인 줄 알았다는 표현은 어린 시절의 순진함과 당황스러움을 나타내며, 이어지는 폭소는 그 해프닝이 결국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음을 의미한다.
이 부분은 아픈 기억까지 까맣게 밀려나리라는 구절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오디의 단맛이 그 시절의 힘들었던 기억들까지도 치유하는 역할을 했음을 암시한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매우 따뜻하고 감성적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할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연희 시인의 '오디'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자연과 가족, 특히 할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오디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 시절의 단맛과 함께 아픔까지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매우 성공적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ㅡ 청람 김왕식

작가의 이전글 신동문 시인의 시 '비닐우산'을 청람 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