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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5. 2024

박은경 시인의 '양귀비꽃'을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양귀비꽃
               


                   시인 박은경



애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설과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엘리트였다는
소문을 걸고 다니는 여인
자동차 엔진 소리도 음악이 되어
제집 안방처럼 편하게 잠들어 있는 여자
오가는 사람들 잠시 눈길 멈춘다
난간 위 꽃들도 숨 막혀 아우성치는데
살갗에 물방울이 맺혀
뜨거움을 발사하는 다리 위에서
털점퍼를 뒤집어쓰고도 익숙한 몸돌림이다
한살림 차린 청색 비닐봉지와
이가 엇나가 잠기지 않는 여행가방 지퍼 사이로  
빨강 드레스가 삐죽 내밀고
잡동사니 널브러져 있는 자리엔
말라버린 양귀비꽃 헐떡거린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장마가 시작이라는데
꽃은 어디에 누워야 하나
먹다 남은 빵조각에 드리운 그림자
손과 입 사이를 벌려놓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은경 시인의 작품 "양귀비꽃"은

버림받은 여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외부 세계와

그녀의 내면세계를 교차시키는

독특한 기법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시는

각 행마다 상징과 은유를 풍부하게

사용하여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다층적으로 표현한다.

 
 "애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설과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엘리트였다는 소문을 걸고 다니는 여인"
이 첫 행은 주인공 여인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소문을 동시에 제시한다. "버림받았다는 설"과 "엘리트였다는 소문"은 그녀의 복잡한 과거와 현재를 암시하며, 이 두 가지 정보가 그녀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이 두 소문은 여인의 사회적 위치와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자동차 엔진 소리도 음악이 되어 제집 안방처럼 편하게 잠들어 있는 여자"
이 행에서는 주인공 여인의 불안한 삶 속에서도 안정을 찾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동차 엔진 소리도 음악이 되어"라는 표현은 그녀가 소음 속에서도 평온을 찾으려는 노력을 상징하며, "제집 안방처럼 편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은 현실 도피의 일환일 수 있다.

 "오가는 사람들 잠시 눈길 멈춘다 난간 위 꽃들도 숨 막혀 아우성치는데"
이 행은 주변 환경을 통해 여인의 상태를 묘사한다. "오가는 사람들"과 "난간 위 꽃들"은 여인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더욱 부각하며, 그녀를 둘러싼 세상과의 단절을 상징한다. 이와 함께 "숨 막혀 아우성치는" 꽃들은 그녀의 억압된 감정을 반영한다.

 "살갗에 물방울이 맺혀 뜨거움을 발사하는 다리 위에서"
여기서는 감정의 폭발을 예고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살갗에 물방울이 맺혀"는 억눌린 감정이 점점 고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뜨거움을 발사하는 다리 위에서"는 곧 터질 듯한 그녀의 내면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털점퍼를 뒤집어쓰고도 익숙한 몸돌림이다"
이 행은 그녀의 방어 기제와 적응력을 보여준다. "털점퍼를 뒤집어쓰고도"라는 표현은 추운 외부 환경에 대한 대비와 함께, "익숙한 몸돌림"은 그녀가 이러한 환경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는 그녀의 내면적인 강인함을 드러낸다.

 "한살림 차린 청색 비닐봉지와 이가 엇나가 잠기지 않는 여행가방 지퍼 사이로 빨강 드레스가 삐죽 내밀고"
여기서는 여인의 소지품을 통해 그녀의 현재 상황을 묘사한다. "청색 비닐봉지"와 "잠기지 않는 여행가방"은 그녀의 불안정한 생활을 상징하며, "빨강 드레스"는 과거의 화려함을 암시한다. 이는 현재의 어려움과 과거의 영광 사이의 대비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잡동사니 널브러져 있는 자리엔 말라버린 양귀비꽃 헐떡거린다"
이 행은 그녀의 삶의 혼란과 황폐함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잡동사니"는 그녀의 삶이 얼마나 무질서했는지를, "말라버린 양귀비꽃"은 그녀의 시든 꿈과 희망을 나타낸다. "헐떡거린다"는 표현은 그녀의 지친 상태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장마가 시작이라는데 꽃은 어디에 누워야 하나"
여기서는 자연현상을 통해 그녀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묘사한다. "강한 비바람"과 "장마"는 그녀가 직면한 역경을 상징하며, "꽃은 어디에 누워야 하나"는 그녀의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갈망을 나타낸다.

 "먹다 남은 빵조각에 드리운 그림자 손과 입 사이를 벌려놓는다"
마지막 행에서는 여인의 궁핍함과 고독이 절정에 달한다. "먹다 남은 빵조각"은 그녀의 빈곤을, "드리운 그림자"는 그녀의 어두운 마음 상태를 상징하며, "손과 입 사이를 벌려놓는다"는 표현은 그녀의 절망감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박은경 시인의 "양귀비꽃"은 한 여인의 복잡한 감정과 삶의 단면을 섬세하고 강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시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 그녀의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다소 어두운 전개로 인해 모든 독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시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작품으로, 시인의 독창적이고 세밀한 표현 기법이 돋보인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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