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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7. 2024

김유조 시인의 시 '청어가 비웃 굽던 날'을 평하다  

김유조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어가 비웃 굽던 날  


                      시인 김유조



종로3가역에서 관수동 쪽으로  

허위단심 올라와 보면  
등 푸른 생선 굽는 좁은 골목  

어느 여름날  
행여 연기에 적실까 봐  
민소매 베잠방이 차림에  
노객老客 서넛이 젓가락으로  
길가 연탄불 위의 수입 비웃을  
땀을 뻘뻘 벌써 반 뭇 마리 째나  
타지 않게 굴리며 잔을 돌리는데
  
'청어시군요"  
젊은이가 인사하며 지나간다  
"구울 땐 비웃이라 하네"  
내 대답에  
"청년 같은 어르신입니다"  

기특하여 한 잔 권하려다 멈칫한다  

비웃과 청어의 세대 차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눈 뜨자

호사豪奢를

누린다


김유조 시인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설렌다.


순간

관수동

후미진 뒷골목

청어 냄새 풍기는

그곳


내가

있다.



김유조 시인의 '청어가 비웃 굽던 날'은 종로3가역의 한 골목을 배경으로 하여

세대 차이와 소통의 순간을 담아낸

수작秀作이다.


이 시는 특정한 날의 일상적이지만

의미 있는 순간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종로3가역에서 관수동 쪽으로  

허위단심 올라와 보면"
첫 행에서는 종로3가역과 관수동 사이의 지역적 배경을 제시한다. '허위단심 올라와 보면'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그곳을 자주 다녔음을 암시하며, 일상적이고 친숙한 장소임을 나타낸다.

시적 화자가 자주 다니는 이 길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등 푸른 생선 굽는 좁은 골목"
두 번째 행에서는 좁은 골목에서 등 푸른 생선이 구워지는 장면을 묘사한다.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와 골목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등 푸른 생선은 서민적인 음식이자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의 상징이다.

"어느 여름날"
짧은 한 행으로 여름날의 특정한 시점을 제시한다. 이 단순한 표현으로 인해 독자는 그날의 더위와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행여 연기에 적실까 봐"
네 번째 행은 걱정을 나타낸다.

연기에 젖지 않도록 신경 쓰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민소매 베잠방이 차림에"
다섯 번째 행에서는 옷차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그날의 더위와 사람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민소매 베잠방이'라는 단어 선택은

한국 전통의 여름 의복을 상기시키며

시대적 배경을 느끼게 한다.

"노객 老客 서넛이 젓가락으로"

여섯 번째 행에서는 길가에 있는 노객들이 등장한다.

'노객 老客'이라는 표현은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을 의미하며,

젓가락을 사용하는 모습에서

전통적인 식사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길가 연탄불 위의 수입 비웃을"

일곱 번째 행에서는 연탄불 위에서 수입된 비웃을 굽는 장면을 그린다. '수입 비웃'이라는 표현에서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와 전통적인 연탄불의 대비가 느껴진다.


"땀을 뻘뻘 벌써 반 뭇 마리 째나"

여덟 번째 행에서는 땀을 흘리며 열심히 비웃을 굽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 장면은 더위와 고된 노동을 함께 나타내며, 이들의 노고를 상기시킨다.


"타지 않게 굴리며 잔을 돌리는데"

아홉 번째 행에서는 비웃이 타지 않도록 신경 쓰며 잔을 돌리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과 정을 나타내며 한국의 술자리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청어시군요"

열 번째 행에서 젊은이가 지나가며 인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짧은 문장은 세대 간의 소통을 보여준다.


"젊은이가 인사하며 지나간다"

열한 번째 행에서는 젊은이의 구체적인 행동을 묘사한다. 그가 지나가는 장면에서의 소통과 연결이 강조된다.


"구울 땐 비웃이라 하네"

열두 번째 행에서는 시적 화자가 젊은이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어르신의 지혜와 젊은이의 배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내 대답에"

열세 번째 행은 시적 화자의 대답에 대한

반응을 기다리는 긴장감을 표현한다.


"청년 같은 어르신입니다"

열네 번째 행에서 젊은이가 시적 화자에게 던진 칭찬이 나온다. 이는 세대 간의 존중과 이해를 나타낸다.


"기특하여 한 잔 권하려다 멈칫한다"

열다섯 번째 행에서는 시적 화자가 젊은이에게 한 잔 권하려다 멈추는 장면을 그린다. 이 순간에서 시적 화자의 감정이 드러난다.


" 비웃과 청어의 세대 차이!"

마지막 행에서는 비웃과 청어라는 단어를 통해 세대 차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시 전체의 주제를 집약적으로 표현한다.


김유조 시인의 '청어가 비웃 굽던 날'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세대 간의 소통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간결한 표현과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깊은 의미를 전달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일부 표현이 다소 난해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세대 간의 존중과 이해를 강조하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시라 할 수 있다.




시인 김유조 교수


국제 PEN한국본부 부이사장

건국대 명예교수(부총장 역임)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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