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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7. 2024

정근옥 시인의 '돌다리를 건너며'를 청람 평하다

정근옥 시인과 평론가 청람 김왕식




        돌다리를 건너며  


                                    시인  정근옥



하얀 버선발로 건너오는  
어머니의 애틋한 발길  
가슴을 밟고 지나가도 아프지도 않다  

달이 뜬 고향의 샛강을 뒤로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학도병이 되어 전선으로 떠난 아들을  

날마다 돌다리 앞에 나와 기다리며  

흘려보낸 눈물, 강물 되어 흐른다  
골 깊은 그리움  
다섯 각의 모가 난 별이 되어  
밤하늘을 떠돌다가  
가랑비로 쏟아내는 어머니의 저 숭고한 눈물
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반뒷불 되어 반짝인다  
하얀 버선발로 창밖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달빛 내리는 돌다리  

가슴을 밟고 지나간 새벽별만 서러워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근옥 시인의 시 「돌다리를 건너며」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애틋한 정과 이별의 슬픔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전쟁으로 인해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며 돌다리 앞에서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희생, 그리움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어머니의 마음을 통해 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와 슬픔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하얀 버선발로 건너오는  
어머니의 애틋한 발길"
이 두 행은 어머니의 순수하고 애틋한 모습을 강조한다. '하얀 버선발'은 어머니의 정결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며, '애틋한 발길'은 어머니의 마음속 깊은 사랑과 걱정을 드러낸다. 시인은 어머니의 발걸음을 통해 그녀의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가슴을 밟고 지나가도 아프지도 않다"
어머니의 발걸음이 가슴을 밟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다는 표현은 아들의 존재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타낸다. 이는 어머니의 사랑이 고통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달이 뜬 고향의 샛강을 뒤로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학도병이 되어 전선으로 떠난 아들을"
이 부분은 시의 중심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달이 뜬 고향의 평화로운 모습을 뒤로하고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이별의 슬픔과 애국심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전쟁이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전달하고자 한다.

"날마다 돌다리 앞에 나와 기다리며  
흘려보낸 눈물, 강물 되어 흐른다"
어머니가 매일 돌다리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며 흘린 눈물이 강물이 되어 흐른다는 표현은 어머니의 끝없는 기다림과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미지는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운지를 암시한다.

"골 깊은 그리움  
다섯 각의 모가 난 별이 되어  
밤하늘을 떠돌다가  
가랑비로 쏟아내는 어머니의 저 숭고한 눈물"
어머니의 깊은 그리움이 별이 되어 밤하늘을 떠돌다가 가랑비로 쏟아진다는 표현은 시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부분이다.

이 표현은 어머니의 눈물이 자연 현상으로 치환되어 표현됨으로써 그 슬픔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부각된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반뒷불 되어 반짝인다  

하얀 버선발로 창밖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달빛 내리는 돌다리  

가슴을 밟고 지나간 새벽별만 서러워라"

여기서 시인은 어머니의 슬픔과 고독을 강조한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어머니의 슬픔은 빛나고 있으며, 하얀 버선발로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은 그녀의 절박한 기다림을 나타낸다. 달빛 내리는 돌다리와 새벽별은 어머니의 고독한 마음을 반영한다.


정근옥 시인의 「돌다리를 건너며」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슬픔을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하얀 버선발', '달이 뜬 고향의 샛강', '다섯 각의 모가 난 별', '가랑비', '돌다리', '새벽별' 등의 이미지들은 어머니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시인은 어머니의 발걸음, 눈물, 그리움 등을 통해 그녀의 숭고한 사랑을 강조하며, 전쟁이 남긴 상처와 슬픔을 강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각 행마다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어머니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다만, 아들의 감정도 일부 반영되었다면 더욱 입체적인 시가 되었을 것이다.

이 시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느끼게 하며, 전쟁의 비극성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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