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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8. 2024

박은경 시인의 시 '리얼한 하루'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리얼한 하루  



                                        시인  박은경  



연휴 핑계 삼은 세상구경  
숨 쉬고 밥 먹고 사는 사람들  

왁자지껄이다  

무슨 잘못 그리 많이 하고 살았는지  
향 피운 법당에 머리 조아리며  
미래를 꿈꾸며 소원 깃발 매단다  

목쉰 승려는 목탁 깨지라 두드리고  

향냄새에 취했을까 날지 못하는 까마귀  비틀대다가 잔가지에 숨 고른다  

사람 심성은 바뀌지 않는다는데  
날개 꺾인 자를 위한 운판  
온몸으로 해탈의 문을 두드린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 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경험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박은경 시인의 작품이다.


시인은 일상적인 장면들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탐구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이 시를 통해 독자들은

연휴의 여유와 동시에 인생의 무게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연휴 핑계 삼은 세상구경"
첫 행에서 시인은 연휴라는 시간을 핑계 삼아 세상구경을 나선다. 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연휴는 특별한 행위 없이도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다. 여기서 ‘핑계 삼은’이라는 표현은 일상에 지친 이들이 연휴를 일종의 탈출구로 삼는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숨 쉬고 밥 먹고 사는 사람들 왁자지껄이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숨 쉬고 밥 먹고'라는 표현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강조한다.

'왁자지껄이다'라는 표현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활기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이 단순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과 활기를 포착해 낸다.

"무슨 잘못 그리 많이 하고 살았는지"
여기서 시인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들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다. 반성은 성장과 변화의 시작점이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상기시킨다.

"향 피운 법당에 머리 조아리며"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자 하는 장소로 법당이 등장한다. '향 피운'이라는 표현은 정결한 분위기와 종교적 의식을 떠올리게 하며, '머리 조아리며'는 겸손과 경건함을 나타낸다.

이는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신앙과 속죄의식을 상징한다.

"미래를 꿈꾸며 소원 깃발 매단다"
사람들은 법당에서 자신의 소원을 기원한다. '미래를 꿈꾸며'는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으며, '소원 깃발'은 그들의 소망이 담긴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이는 인간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목쉰 승려는 목탁 깨지라 두드리고 향냄새에 취했을까 날지 못하는 까마귀 비틀대다가 잔가지에 숨 고른다"
이 구절은 복잡한 이미지와 감정의 혼합을 보여준다. '목쉰 승려'와 '목탁 깨지라 두드리고'는 종교적 열정을 나타내며, '향냄새에 취했을까 날지 못하는 까마귀'는 현실의 고단함과 혼란을 상징한다.

'비틀대다가 잔가지에 숨 고른다'는 안식과 회복을 의미하며, 인간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순간이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 심성은 바뀌지 않는다는데"
여기서 시인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제시한다. '사람 심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성향과 본질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통찰이다.

"날개 꺾인 자를 위한 운판"
'날개 꺾인 자'는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을 상징하며, '운판'은 그들을 위한 구원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이는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온몸으로 해탈의 문을 두드린다"
마지막 행에서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해탈을 향한 의지를 표현한다. '온몸으로 해탈의 문을 두드린다'는 강한 의지와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고통을 상징한다.

이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성찰을 통해 결국 해탈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한다.

박은경 시인의 이 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경험과 감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삶의 깊이를 탐구한다.

시인은 일상의 장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감동을 전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희망을 잘 드러낸다.

다만, 몇몇 시어가 종교적 색채가 짙어, 일부 독자에겐 낯설 수 있다.
허나, 전체적으로 이 시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인생의 깊이를 찾아내는 시인의 통찰력과 섬세함을 잘 보여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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