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구 시인의 시 '향수'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향수


시인 전홍구


너는 내 가슴속 바다에 꽂힌 깃발 태풍에도 뜯김 없이 펄럭이다가
설탕에 유인당한 벌의 널름거리던 혀같이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모르고
맺은 잊을 수 없는 인연으로
목마름을 달래는 물 한 모금 핥아먹었다고
개가 사람처럼 말할 수 없듯이
분명히 어디선가 들었던 소리로 나부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속에
네가 꽂혀 펄럭이고 있구나

신작로 버스정류장 옆
이발소의 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
연탄 화로 위 엉덩이가 새까만
입 비틀어진 양은 주전자에서 뿜어내는 하품 소리
연실에 매달려 뒤뚱대며 하늘로 오르던 연 꼬리 춤에 해지는 줄 몰랐던 그날 자정을 넘기며 마시던 막걸릿잔 뒤로 모락모락 모깃불의 토닥거리는 냄새 지금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려올 것 같은 고향의 기억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 가슴속에 꽂혀 찢기지 않은 깃발로 나부끼는 울부짖음

그리움이 어디서부터 오느냐고 묻지 마 마음의 상처 달래려
산 넘어 내 고향 언덕에 두고 온 그리움 젖은 시름 이전의 즐거웠던 생각들만 기억할래
그래서 찾아드는 가슴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기억.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전홍구 시인의 '향수'는 그리움과 고향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통해 삶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하며, 그리움이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한다. 이 시는 고향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감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너는 내 가슴속 바다에 꽂힌 깃발 태풍에도 뜯김 없이 펄럭이다가"
이 구절에서 '너'는 시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존재 혹은 기억을 상징한다. '바다에 꽂힌 깃발'이라는 표현은 그 기억이 넓고 깊은 바다 같은 마음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태풍에도 뜯김 없이 펄럭이다가'라는 표현은 그 기억이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시인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설탕에 유인당한 벌의 널름거리던 혀같이"
이 비유는 그 기억이 달콤하면서도 유혹적임을 나타낸다. 벌이 설탕에 이끌리듯 시인도 그 기억에 매혹되어 있으며, 그 기억이 가져오는 고통을 간과하고 있는 상태를 표현한다.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모르고 맺은 잊을 수 없는 인연으로"
이 부분에서는 시인이 그 기억과의 인연이 고통을 수반하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기억이 단지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아픔도 함께 동반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목마름을 달래는 물 한 모금 핥아먹었다고"
이 구절은 시인이 그 기억을 통해 목마름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 한 모금이 잠깐의 해갈을 의미하듯, 그 기억이 일시적인 위안을 주었음을 암시한다.

"개가 사람처럼 말할 수 없듯이"
이 비유는 시인이 그 기억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개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듯이, 시인도 그 기억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었던 소리로 나부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속에 네가 꽂혀 펄럭이고 있구나"
이 부분에서는 그 기억이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소리처럼 시인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며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든다고 표현하고 있다. 기억은 시인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아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작로 버스정류장 옆 이발소의 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
고향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발소의 가위질 소리는 고향의 일상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연탄 화로 위 엉덩이가 새까만 입 비틀어진 양은 주전자에서 뿜어내는 하품 소리"
이 구절은 고향의 향수를 시각적으로 더 강화한다. 연탄 화로와 주전자의 모습은 고향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주전자가 내는 '하품 소리'는 고요하고 평온한 고향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연실에 매달려 뒤뚱대며 하늘로 오르던 연 꼬리 춤에 해지는 줄 몰랐던 그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구절은 연을 날리며 해가 지는 것도 잊은 채 놀았던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이는 시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자정을 넘기며 마시던 막걸릿잔 뒤로 모락모락 모깃불의 토닥거리는 냄새"
이 부분은 고향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막걸리를 마시며 모깃불의 냄새를 맡는 장면은 고향의 향취와 함께 시인의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지금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려올 것 같은 고향의 기억"
이 구절은 시인이 지금도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기억은 시인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 있으며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상태이다.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 가슴속에 꽂혀 찢기지 않은 깃발로 나부끼는 울부짖음"
고향의 기억이 시인의 가슴속에서 흔들리는 깃발처럼 살아 있으며, 그 기억이 시인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울부짖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움이 어디서부터 오느냐고 묻지 마"
시인은 그리움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묻지 말라고 한다. 이는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임을 의미한다.

"마음의 상처 달래려 산 넘어 내 고향 언덕에 두고 온 그리움 젖은 시름 이전의 즐거웠던 생각들만 기억할래"
이 구절은 시인이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고향에서 두고 온 그리움을 떠올리며, 그리움 속에서도 즐거운 기억만을 간직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그래서 찾아드는 가슴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기억"
결국 시인은 가슴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기억을 통해 그리움을 달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기억은 시인의 삶 속에서 소중한 위안이 된다.

전홍구 시인의 '향수'는 고향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기억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시인은 고향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통해 독자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시는 고향의 기억이 시인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서정적으로 표현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단지 아픔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이 시는 고향의 향수를 매우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일부 비유 표현이 다소 과하게 사용된 부분이 있어 더 간결하게 표현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시인의 감정과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하며, 독자들로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데 성공한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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