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총장의 자기소개, 겸손의 극치
충남대 총장의 자기소개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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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의 극치
학교에 근무할 때이니
꽤 오래전
90년 초반쯤 일이다.
연수에 참여했다.
학계 및 내외 인사들이 축사를 한다.
모두
대단한 이력을 자랑한다.
특히
교수를 소개할 때
문학박사ㆍ철학박사ㆍ정치학박사 등
자기를 내세운다.
명함에도 이름과 직분 외에
박사학위를 꼭 넣는다.
심지어
앞장이 모자라
뒷장까지 채운다.
외국은 몰라도
우리나라
교수 중
박사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윽고
마지막 한 사람이
연단에 올랐다.
건장한 체구에
정갈한 양복
거기에
근사하게 가지런히 넘긴
히끗한 머리,
누가 봐도
젠틀맨이다.
또
얼마나 자신을 치장할까
자못
궁금했다.
"저는 충남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오ㅇㅇ입니다."
일하고 있다면
혹시
정원관리사인가
보일러를 수리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경비를 보는 사람인가?
옆 동료
충남대 총장이라
귀띔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은
없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이후로
나를 소개할 때
고민을 한다.
사실
내세울 만한 것도
특별히
없다
하여
"저는 학생들과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김ㅇㅇ 선생입니다."
청중의 반응은
적잖이
실망하는 듯하다.
어느 대학
무슨 박사를
기대했었나 보다.
명함이다.
대통령 ㅇㅇㅇ
국무총리 ㅇㅇㅇ
"위로 올라갈수록 간단하고
아래로 내려 갈수록 복잡하다."
ㅡ
□
다음 글은
독자가
보내온 글이다.
ㅡ
검정 고무신을 신고 운동장을 쓰는 아저씨
독자 박진우
검정고무신을 신고
학교 마당을 쓸고 있다.
어느
신입 선생이 묻는다
"아저씨 교장실이 어디예요"
" 아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이시군요.
저쪽 교무실 옆 사무실이
바로 교장실입니다"
" 알겠습니다 "
그는
세계를 석권한
프로골퍼 박세리를 배출시킨
충남 공주 금성여고를
설립한 이사장이다.
그는 언제나
맨발로 뛰노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운동장을 쓸고 있다.
그는
내세우지 않는다.
경비도 있지만
경비는 경비일을 충실히 하란다.
운동장에 깨진 유리조각 등의
쓰레기를
줍고
쓸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이사장을
아저씨나 할아버지 따르듯
한다.
그는
본인이 어릴 적 힘들었던
그때를 회상하며
내 자식처럼 학비 또는
심지어
가정에 도움도 잊지 않고
돌봐준다.
그는 나의 4년
선배의 아버지이다.
모임 때
가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아들들도 아버지를 닮아
겸손하다.
고향을 떠나온 지
40년이
되었으니
이사장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리라.
오늘 충남대 총장의 겸손을
보고
금성여고 이사장님을
떠올려 본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