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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시인의 '명자 가시내'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명자 가시내



시인 박은경




촌스러운 이름이 싫다며
아버지 돌아가시면 바꿔버릴 거라
소란 떨던 명자
한동안 소식 없던 어느 날
명자꽃 입술에 빨강 원피스 입고
굽 높은 구두 자랑하며 나타나
시인들은 명자꽃 시(詩)를 써야 유명해진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밥값 건하게 내고 유유히 나갔다
떠난 뒤 쪽지에 쓴 명자꽃 詩
탁자에서 저 홀로 불타오르고
돌아오며 길가에서 마주한 명자꽃
명자 가시내 생각에 눈길이 멈춰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명자 닮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인 박은경의 '명자 가시내'는

시골의 평범한 여성 명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녀의 외형적 변화와 그로 인한 주위의 시선 변화를 담은 작품이다.

시인의 섬세한 묘사와 강렬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이 시는, 전통적인 시골 여성이 도시화된 모습으로 변모하면서도 여전히 내면에는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촌스러운 이름이 싫다며 / 아버지 돌아가시면 바꿔버릴 거라 소란 떨던 명자"
명자는 자신의 촌스러운 이름을 싫어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이름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소란을 피운다.

이는 그녀가 자신의 환경과 이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나타낸다. 또한, '소란 떨던'이라는 표현에서 그녀의 강한 의지와 활발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한동안 소식 없던 어느 날 / 명자꽃 입술에 빨강 원피스 입고"
명자는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어느 날 갑자기 빨강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다. 여기서 '명자꽃 입술'은 붉게 화장을 한 그녀의 모습을 꽃에 비유한 것이다. 이 비유는 그녀의 화려한 변신을 강조한다.

"굽 높은 구두 자랑하며 나타나 / 시인들은 명자꽃 시(詩)를 써야 유명해진다고"
굽 높은 구두를 자랑하는 모습은 그녀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시인들은 명자꽃 시를 써야 유명해진다고'는 그녀가 이제는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는 명자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깨를 으쓱하며 / 밥값 건하게 내고 유유히 나갔다"
어깨를 으쓱하며 당당하게 밥값을 내고 유유히 나가는 모습은 명자의 자부심과 독립성을 나타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촌스러운 소녀가 아니며,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이 되었다.

"떠난 뒤 쪽지에 쓴 명자꽃 詩 / 탁자에서 저 홀로 불타오르고"
명자가 떠난 뒤 남겨진 쪽지에 적힌 명자꽃 시가 홀로 불타오르는 모습은, 그녀의 존재감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타오르는 이미지는 그녀의 열정과 에너지를 나타낸다.

"돌아오며 길가에서 마주한 명자꽃 / 명자 가시내 생각에 눈길이 멈춰"
길가에서 마주한 명자꽃을 보며, 명자 가시내를 떠올리게 되는 모습은, 그녀의 존재가 자연 속에서도 강렬하게 떠오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자의 이미지가 길가의 꽃과 오버랩되는 순간, 그녀의 강한 인상을 느끼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명자 닮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명자를 닮았다는 표현은, 명자가 얼마나 자신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를 의미한다. 그녀의 변화된 외모뿐 아니라, 그 내면까지도 명자꽃처럼 강렬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박은경 시인의 '명자 가시내'는 비유적 표현과 상징을 통해 명자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명자꽃'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명자의 외적 변모와 내적 본질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명자꽃 입술', '명자꽃 시', '명자꽃 탁자', '명자꽃 길가' 등 명자꽃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시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시어의 선택이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여 독자로 하여금 명자의 변모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박은경 시인의 '명자 가시내'는 촌스러운 이름과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명자의 이야기를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비유와 상징을 통해 명자의 외적 변화와 내적 본질을 동시에 표현하며, 독자로 명자의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한다.

다만, 명자의 내적 갈등과 성장을 더 깊이 다루었더라면 시의 깊이가 더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는 명자의 강렬한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시인의 감각적인 표현력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명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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