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옥 시조시인의 작품 '사향思鄉'을 평하다
김상옥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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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思鄉
시조시인 김상옥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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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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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옥 시인의 시조 '사향'은 향수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곳에서의 소박한 일상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시인은 눈을 감고 떠올리는 고향의 풍경을 통해 독자로 고향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게 하며, 소박한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과 행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시작하는 구절에서 시인은 눈을 감음으로써 고향의 기억을 떠올린다. 굽이굽이 이어진 풀밭길과 길섶으로 흘러가는 개울물의 소리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독자로 고향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이 장면은 고향의 평온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돌돌돌'이라는 의성어는 개울물의 소리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여 독자가 그 소리를 실제로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초가집을 묘사하면서 '사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 당시의 생활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사립을 가린 초집'이라는 표현은 그 당시의 생활상을 시각적으로 상상하게 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이 연에서는 고향의 구체적인 풍경을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송아지를 몰고 오면서 바라보던 진달래 꽃이 저녁노을처럼 산을 둘러싸고 있는 장면을 그려낸다. '저녁노을처럼'이라는 비유는 진달래가 퍼져 있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여 향수의 감정을 더욱 깊게 한다.
특히,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이라는 구절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여기서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 특히 '꽃지짐'은 고향의 따뜻함과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하며, 독자의 마음에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부분은 시인의 감정이 절정에 달하는 부분으로, 향수의 감정이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이 연에서는 고향 마을의 일상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라는 표현은 고향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준다. '멧남새'는 들에서 자라는 채소를 의미하며, 이를 캐어 오는 모습은 고향 사람들의 일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이라는 구절은 고향 마을의 생동감과 활력을 표현한다. 봄철마다 신선한 채소를 먹으며 사는 모습은 고향의 풍요로움과 소박한 행복을 상징한다.
마지막 구절인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아쉬움을 담고 있다. 눈을 감고 고향을 떠올리던 시인의 마음이 눈을 뜨면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다시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는 모습을 표현한다.
김상옥 시인은 이 시에서 향수를 주제로 한 섬세한 묘사를 통해 독자의 감정을 자극한다. 의성어와 비유를 활용하여 생동감 있는 묘사를 구현하고, 고향의 소박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시인은 구체적인 이미지와 소리, 향기를 통해 고향의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돌돌돌'과 같은 의성어는 개울물의 소리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며, '저녁노을처럼'이라는 비유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독자가 시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게 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