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평하다
가수 김광석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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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수 김광석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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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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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한 부부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노래는 노부부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무상함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이 행은 부부가 젊었을 때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곱고 희던 그 손'은 부인의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상징하며,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는 부부 사이의 다정함과 일상적인 사랑의 표현을 보여준다. '어렴풋이 생각 나오'라는 표현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암시하며,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라는 물음은 공감을 구하는 부드러운 호소이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이 행은 자녀를 키우며 보낸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막내아들 대학 시험'은 부모로서의 걱정과 희망을 담고 있으며,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고심했던 긴 밤들을 나타낸다. 이 역시 '어렴풋이 생각 나오'와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로 이어져 부부가 함께한 시간과 고통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이 부분은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무상함을 담고 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와 '인생은 그렇게 흘러'라는 반복적인 구조는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며, '황혼에 기우는데'는 이제 삶의 끝자락에 다다랐음을 암시한다. 이 구절은 인생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여기서는 딸의 결혼식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흘리던 눈물방울'은 부모로서의 기쁨과 슬픔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며, '이제는 모두 말라'라는 구절은 시간이 지나 감정이 무뎌졌음을 나타낸다.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라는 질문은 부부가 공유했던 감정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이 행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외모와 상황을 묘사한다. '흰머리가 늘어감에'는 노화의 과정을 보여주며, '모두가 떠난다고'는 자녀들이 독립하여 집을 떠나는 상황을 나타낸다.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이 부분은 이별의 슬픔을 담고 있다. '다시 못 올 그 먼 길'은 죽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어찌 혼자 가려 하오'라는 질문은 남겨진 자의 슬픔과 고독을 나타낸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는 고인이 된 배우자를 향한 원망과 그리움을 동시에 담고 있다.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마지막으로,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는 떠나는 이를 향한 마지막 인사이자 남겨진 자의 슬픔을 표현하며, 반복을 통해 그 감정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한 부부의 인생 여정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덧없음을 절묘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각 행마다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반복적인 구조와 서정적인 표현은 감정의 깊이를 더해준다.
다만, 이러한 반복적인 표현이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어, 감정의 변화에 따라 좀 더 다양한 표현을 사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노래는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과 감동을 주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