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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 안 보이던데 어떻게 지내는 겨?

김한섭 작가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요즘 잘 안 보이던데 어떻게 지내는 겨?



수필가 김한섭






"요즘
잘 안 보이던데
어떻게 지내는 겨?"

"하는 것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선배님!"

그러자
대뜸 "불러 줄 때가 좋은 겨, 나이 들어 늙어지면 오라는 사람도 없지"라고 했다.

퇴직과 함께 정들었던 30년 간의 수원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퇴촌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만나 다정한 이웃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 냄새를 느낀다.
다 지나간 옛 일이지만 현직에 있었을 때의 무용담을 전하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임에 틀림없다.

흔히
퇴직 후의 삶을 ‘인생 2막’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쉴 틈 없이 살아왔기에 퇴직 후 인생 2막은 속박되기보다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자신만의 삶이어야 한다.

가까운 곳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의 삶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제품의 성능이 아니라 가격 대비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을 중시하다는 의미의 ‘가성비價性費 보다 가심비價心費’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삶이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직 내 적응을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가 어깨를 억누르는 강박관념 속에서
40년 공직을 감당해 왔다. 봉사를 숙명으로 하는 공직의 특성으로 인해 늘 긴장의 연속인 시간이었음도 부정하지 못한다.

이제 나이 70을 바라보며 인생 2막, 체면치례에 집착하거나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태도는 황혼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품 없는 그대로의 그릇’을 이해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고향의 이웃과 함께하는 지금이 바로 인생 2 모작 황금기가 아닐까?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말이 있다.

퇴직 후의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지역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권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직에서의 경험을 함께 공유와 더불어 지역사회에 뭔가 기여하기를 바라는 요청이기에 거절하기가 대략 난감하다.

일상적으로 여겨졌던 공직에서의 일처리 방식과 경험들은 지역사회단체와 행정기관 간의 가교 및 완충 역할이 가능하다는 믿음 또한 동참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과 맞물려 꽤 많은 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문화 발전을 이끌어가는 문화원 및 문인협회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모교의 총동문회 회장 및 주민자치위원회 고문 등도 봉사를 통해 애향심을 갖게 해 주는 귀한 직책이다.

고향 퇴촌에서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와 수원에 있는 경기도청의 옛 동료와 후배들의 부름으로 한 잔 하러 가는 시간이야말로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전철을 이용, 광주에서 수원까지 2시간 반은 족히 걸리지만, 이동하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에 젖을 수 있어서 좋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것 또한 퇴직 후의 달라진 삶의 모습이다.

밥 한 끼 먹으러 긴 시간을 가느니 차라리 저간의 사정을 전하고 가지 말라는 아내의 핀잔도 듣지만 퇴직한 지 벌써 7년이 지난 보잘것없는 노쇠한 사람을 불러 줄 때는 버선발로라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득 노사연의 노래 ‘램’의 가사가 떠오른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만 하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은 70부터’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삶을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배우고 익히며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는 것, 비움의 실천을 강조한 이 시대의 명심보감인

논어 1장 학이學而편 내용을 다시금 음미해 본다.

'배우면서도 익힌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벗이 먼 곳에서부터 오고 있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한섭 수필가의 수필

"요즘 잘 안 보이던데 어떻게 지내는 겨?"는

퇴직 후 인생 2막을 맞이한 작가의 일상과 사색을 담은 글이다.

글은 작가가 정들었던 수원에서의 30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퇴촌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후의 경험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수필은 퇴직 후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며, 단순히 일상적인 생활 묘사를 넘어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작가의 일상생활에 대한 묘사다. 작가는 매일 아침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이웃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에서 느끼는 인간미를 강조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상호작용은 작가에게 큰 기쁨을 주며, 이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잊기 쉬운 인간적인 교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또한, 현직에 있었을 때의 무용담을 이웃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옛 추억을 되새기며 삶의 의미를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퇴직 후의 삶을 ‘인생 2막’으로 정의하며, 이를 소확행과 가성비價性費보다 가심비價心費를 중시하는 삶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철학은 작가가 퇴직 후에도 자신만의 여유롭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단순한 물질적 만족보다는 정신적, 감정적 만족을 중시하는 태도는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적 경향에 대한 대안으로써 깊은 울림을 준다.

퇴직 후에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는 매우 존경스럽다.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권유받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경험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의지는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봉사정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퇴직 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반영한다.

또한, 작가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옛 동료와의 만남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며, 이러한 사교 활동이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언급한다.
이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정신적, 정서적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작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광주에서 수원까지 2시간 반이나 걸리는 길을 기꺼이 나선다.

이는 퇴직 후의 달라진 삶의 모습과 함께, 이동 시간 동안 다양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은 겸손하고 소박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며,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작가의 철학을 잘 나타낸다.

노사연의 노래 ‘램’의 가사를 인용하며,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문장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작가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잘 나타낸다.

이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성숙함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이는 많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논어의 학이편 내용을 인용하며 배움의 중요성과 함께 먼 곳에서 오는 벗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대목은 작가의 인생철학을 잘 드러낸다.
이는 퇴직 후에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요컨대, 김한섭 수필가의 이 수필은 퇴직 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함께, 작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작가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작가의 일상생활과 철학,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퇴직 후의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이 수필은 단순히 퇴직 후의 생활을 그리는 것을 넘어, 인생 전체에 대한 성찰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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