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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 그리고 세상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꽃과 나, 그리고 세상




청람 김왕식





누군가 말했다.

"젊었을 때는
꽃 같았던 나 스스로에 취해
꽃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말은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젊은 시절, 나 또한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세상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었다. 그때는 나가 세상의 중심이었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은 그저 배경에 불과했다.

젊음이란 참으로 황홀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여름의 태양처럼 눈부시고 뜨거운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그 자신감은 마치 꽃이 피어나는 순간처럼 찬란했다.
그 찬란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꽃과 같은 존재는 나만이 아니었으며, 세상 곳곳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 아름다움은 나의 젊음과는 또 다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젊음은 강렬하고 직접적이지만, 세상의 아름다움은 은은하고 깊이 있는 것이었다.

꽃은 단순히 피어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그 꽃을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은 의미를 잃는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 눈을 가지지 못했다. 내 자신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세상의 작은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던 중 작은 들꽃을 발견했다. 그 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그 꽃이, 이제는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꽃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꽃의 존재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 작은 꽃과 같았다는 것을.

세상의 아름다움은 꼭 화려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소박하고 조용한 것들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젊은 시절에는 그 소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소박함이 주는 평온함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그 평온함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젊었을 때는
꽃 같았던 나 스스로에 취해
꽃 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젊음의 눈부심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세상의 아름다움이 이제는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 아름다움은 때로는 눈물을 자아내고, 때로는 미소를 짓게 한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꽃과 나, 그리고 세상.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나의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그 꽃들은 또 다른 젊음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그런 순환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나는 세상의 모든 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의 젊은 시절, 그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보지 못했던 그 꽃들에게.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게 해 준 시간에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나는 더욱 행복하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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