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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농사짓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고, 나는 그 삶의 한 부분이었다. 특히 천수답이라서 물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가뭄이 극심할 때마다 우리는 물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여름철 가뭄은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논이 메말라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농부에게 물은 곧 생명이고, 생계의 원천이었다. 천수답은 비가 올 때만 물을 얻을 수 있는 논으로, 가뭄이 들면 언제나 물 걱정에 시달렸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논이 거북 등짝처럼 갈라지기 시작하면, 농부들의 얼굴에도 근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셨기에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어린 나이였지만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어설프지만
농사일을 도왔다.
그런 가뭄이 들었을 때,
할아버지와 나는 물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논 주변에 웅덩이를 파는 일이었다. 작은 웅덩이라도 파면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이른 새벽부터 곡괭이와 삽을 들고 논 가장자리에 웅덩이를 파기 시작하셨다.
땅을 파는 일은 쉽지 않았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땅을 파고 또 팠다. 깊숙이 파 내려가면 어느 정도 습기를 머금은 흙이 나왔고, 그 흙을 모아 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른 방법도 모색해야 했다. 그중 하나가 이웃과의 물 협력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서로 물을 나눠 쓰기 위해 물꼬를 터서 물을 돌렸다. 하지만 물이 부족할 때는 물을 나누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이웃과 다투기도 했고, 물을 얻기 위해 밤늦게까지 물꼬를 지키며 싸우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나는 어느 여름 가뭄 때, 이웃 마을과 물 문제로 큰 갈등을 겪었다. 우리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이웃 마을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그들도 가뭄으로 인해 물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마을 사람들과 협의하여 물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느 날 밤, 물이 우리 논으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자, 할아버지는 나와 함께 물꼬를 점검하러 나섰다. 이웃 마을 사람들이 자기 논에 물을 더 많이 대기 위해 물꼬를 막아놓은 것을 발견하고, 우리는 다시 물길을 터야 했다.

그날 밤, 물꼬를 트기 위해 할아버지와 나는 이웃 마을 사람들과 마주쳤다. 처음에는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가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들에게 우리도 물이 필요하다고 간절히 호소하셨고, 결국 이웃 마을 사람들도 이해해 주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물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하고, 서로 도와가며 물꼬를 조정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정말 소중했다. 우리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로 논이 다시 생기를 되찾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이 들어오자 논은 다시 푸르게 변했고, 우리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항상 말씀하셨다. "물이 생명이다.
물을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 말씀이 지금도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물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게 해 주었다. 물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자원이 아니라, 우리 삶의 기반이자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다. 물을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단순히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나는 그때의 경험을 통해 물의 가치를 깊이 깨닫게 되었고, 지금도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

수도꼭지를 틀면 언제든지 깨끗한 물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물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젊은 세대에게도 물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우리의 삶과 자연을 지탱하는 중요한 자원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나는 가끔

마을을 돌아보며

그 옛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그 논밭,
모두 아파트 촌으로 변했건만,
할아버지와 함께 웅덩이를 파고, 이웃과 물을 나누던 그 시절의 추억이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물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며, 미래를 위한 중요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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