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막눈입니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21세기, AI와 디지털, 그리고 까막눈 할머니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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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막눈입니다
21세기,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시대다.
이러한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자신의 이름조차 쓰고 읽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온 이들이 있다.
그들을 '까막눈'이라 부른다.
이 단어에는 그들의 삶의 무게와, 그들이 경험해 온 지난 세월의 아픔이 담겨 있다.
이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저 읽고 쓰지 못하는 것 이상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정신대라는 이름 아래 강제 동원과 고통을 피해 다니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 시절,
교육은 특권이었고, 많은 이들은 그 특권을 누릴 수 없었다. 논밭에서 허리를 굽히며 평생을 농사일에 종사해야 했던 그들의 손에는 연필보다 호미가 익숙했다.
농촌에서의 삶은 힘들고 고단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논밭을 가꾸고,
그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허리가 굽을 정도로 일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항상 무언가가 부족했다. 그것은 배움에 대한 갈증이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그들에게는 먼 꿈이었다.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현실은 그들에게 큰 슬픔과 좌절을 안겨주었다.
지금,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텅 빈 농촌 초등학교 교실을 채우며, 늦은 나이에 학생이 되어 '가나다라'를 배우고 있다.
이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한평생을 글을 모른 채 살아온 그들이 이제야 배움의 기회를 얻은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그동안의 세월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역사적,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많은 이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까막눈으로 살아온 이들이 많다. 이들은 그저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간과해 온 소외된 이들이다.
이제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이제야 배움을 시작한 것은 사회가 그들에게 조금씩 빚을 갚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들이 배움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에게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주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가나다라'를 배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들의 얼굴에는 배움의 기쁨과 함께, 그동안의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들의 눈빛은 배움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빛난다. 이들의 배움은 단순히 개인의 성취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성취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이들의 배움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더 많은 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까막눈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이다. 우리는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배움은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배움은 단순히 젊은 시절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이 이제야 배우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배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배움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국, 까막눈이란 단어는 단순히 문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지닌 구조적 문제와 역사적 아픔을 상징한다. 우리는 그 아픔을 치유하고, 모든 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더 나아가는 길이며, 모든 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늦은 나이에 학생이 된 이들의 배움을 지지하고, 응원하자.
그들이 겪어온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배움이 더 큰 성취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그들의 배움은 우리 모두의 배움이며, 그들의 성취는 우리 모두의 성취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적 발전이자,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