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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시인의 '물에게서'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물에게서



시인 정순영




작은 개울물에 맡기어
아래로 흐른다.

찬란한 무지개로
아스라이 치솟던 욕망을 버리고
천진하게 조잘거리며
아래로 흐른다.
아래로 흐르며
삶의 이치를
물에게서 깨닫는다.

낮은 데는 드넓고
하늘에 닿아 넉넉하다.





청람 김왕식






시 "물에게서"는 시인 정순영의 작품으로,

물이라는 자연 요소를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는 물의 흐름을 통해 낮은 곳의 넉넉함과 포용성을 탐구하며, 인간의 욕망을 내려놓고 천진한 상태로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묘사한다.

"작은 개울물에 맡기어 / 아래로 흐른다."

첫 번째 행은 시의 출발점을 설정한다. '작은 개울물'은 단순하고 소박한 존재를 상징하며, '맡기어'라는 표현은 스스로의 힘을 빼고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상태를 나타낸다. 여기서 물의 '아래로 흐름'은 자연스럽고 순응적인 삶의 자세를 강조한다. 물이 중력에 순응하여 흐르듯, 인간도 자연의 이치에 순응해야 함을 시사한다.

"찬란한 무지개로 / 아스라이 치솟던 욕망을 버리고"

이 두 행은 인간의 욕망을 '찬란한 무지개'로 비유하며, 그것이 얼마나 화려하고 눈부신 것인지 묘사한다. 그러나 그 욕망을 '아스라이 치솟던' 것이라 하여, 잡기 어려운 꿈이나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시인은 이런 욕망을 '버리고' 현실로 돌아와 자연스럽게 흐르는 삶을 택하라고 제안한다.

"천진하게 조잘거리며 / 아래로 흐른다."

천진함은 순수하고 꾸밈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조잘거리며'는 물의 잔잔한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 행은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도 자신의 소리를 잃지 않고, 고유한 리듬을 유지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인간도 그러한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래로 흐르며 / 삶의 이치를 / 물에게서 깨닫는다."

이 부분은 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 자연의 이치를 배우듯, 인간도 자연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며, 물에서 배우는 겸손과 순응의 미덕을 말하고 있다.

"낮은 데는 드넓고 / 하늘에 닿아 넉넉하다."

마지막 행은 낮은 곳의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낮은 데는 드넓고'는 겸손한 자세가 오히려 넓은 마음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하늘에 닿아 넉넉하다'는 겸손함이 오히려 더 큰 만족과 넉넉함을 가져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겸손과 순응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부분이다.

정순영 시인의 시는 자연의 요소를 빌려 삶의 철학을 전달하는데 탁월하다. 단순한 자연 현상을 통해 깊은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하는 그의 시는,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생동감 있는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어의 선택이 섬세하고, 이미지가 선명하여 독자가 쉽게 시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정순영 시인의 "물에게서"는 자연의 흐름을 통해 겸손과 순응의 미덕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물의 흐름을 따라가며 욕망을 내려놓고 천진함을 유지하는 삶의 자세를 묘사한 이 시는,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서 깊은 철학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미지와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삶의 이치를 자연 속에서 찾도록 이끈다.

이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면서도, 시인의 독창적인 시선과 표현 방식으로 독창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순영 시인의 "물에게서"는 자연과 삶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훌륭한 시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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