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호 시인의 '가위바위보'를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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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시인 백영호
놀이문화가
뜀박질, 씨름, 소리 지르기
밖에 없었던 시절
숨바꼭질을 많이 했다
술래가 정해져야만
시작되는 놀이
가위바위보에서
한 번도 지지 않으려 용을 썼고
술래가 되어도 재밌고
술래잡이도 상관없건만
그땐 어찌나
술래 잡히는 게 싫었던지
세월이 시간옷
켜켜이 입고 선 지금
술래는
너도 했고 나도 했건만
결국은 삶이
가위바위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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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시 「가위바위보」는 놀이 문화와 삶의 비유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어린 시절의 놀이를 통해 성장과정을 반추하며, 궁극적으로 삶을 놀이에 비유하는 심오한 통찰을 담아냈다.
"놀이문화가 뜀박질, 씨름, 소리 지르기 밖에 없었던 시절"
이 첫 행에서는 과거의 단순하고 활기찬 놀이 문화를 회상하며, 그 시절의 순수함과 활력을 강조한다. 여기서 뜀박질, 씨름, 소리 지르기는 어린 시절의 무구한 에너지를 상징하며, 그 당시의 삶이 놀이 중심으로 구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숨바꼭질을 많이 했다"
숨바꼭질은 단순한 놀이이지만, 어린 시절의 대표적인 놀이로서 당시의 사회적, 심리적 환경을 암시한다. 숨바꼭질은 찾고 숨는 과정을 통해 소통과 관계 형성을 나타내며, 어린 시절의 놀이가 단순한 즐거움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술래가 정해져야만 시작되는 놀이"
여기서 술래의 역할은 규칙과 질서를 상징하며, 놀이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진행됨을 나타낸다. 이는 사회 속에서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위바위보에서 한 번도 지지 않으려 용을 썼고"
이 행은 경쟁심과 승부욕을 묘사하며,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경쟁심을 반영하며,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다.
"술래가 되어도 재밌고 술래잡이도 상관없건만"
여기서는 놀이 자체의 즐거움과 승패에 대한 집착의 무의미함을 드러낸다. 술래가 되든 술래잡이가 되든 놀이의 본질은 즐거움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땐 어찌나 술래 잡히는 게 싫었던지"
과거의 감정과 경험을 회상하며,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는 놀이가 단순한 즐거움만이 아니라 감정의 폭을 경험하게 하는 과정임을 나타낸다.
"세월이 시간옷 켜켜이 입고 선 지금"
시간의 흐름과 그로 인한 변화, 성장, 성숙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시간옷"은 세월의 겹겹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삶의 연륜과 경험을 나타낸다.
"술래는 너도 했고 나도 했건만"
공동체적 경험을 강조하며, 모두가 삶의 술래가 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는 인생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다.
"결국은 삶이 가위바위보였나 보다."
인생을 가위바위보에 비유하며, 선택과 운명, 승패의 연속임을 시사한다. 이는 삶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나타내며, 인생의 본질을 놀이에 비유한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백영호 시인의 시 「가위바위보」는 단순한 놀이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시각을 제시한다. 놀이와 삶을 비유하는 독창적인 접근 방식은 독자에게 친숙하면서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표현의 섬세함과 상징적 의미를 통해 시인은 놀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역할, 인생의 불확실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놀이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