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슴의 박완서 작가, 평범한 주부를 넘어
박완서 작가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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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주의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인간애
청람 김왕식
박완서 작가.
그는 가슴이 따뜻하다.
그는
한국 현대문학의 한 거목으로, 사람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인간애와 동시에, 현대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날 선 통찰을 지닌 작가다.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난 박완서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몸소 겪으며, 전쟁의 상흔을 문학을 통해 표현하는 데에 평생을 바쳤다. 그의 삶과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가 얼마나 깊이 있는 인간적 풍모와 작가적 의식을 지닌 인물인지 알 수 있다.
박완서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의 인생은 급격히 변했다. 전쟁은 그에게 큰 아픔을 남겼다. 오빠와 숙부를 잃고, 졸업도 하지 못한 채 전쟁의 한가운데로 내몰린 그는 이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그리는 그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박완서는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던 중, 1970년 첫 소설 《나목》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나목》은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전쟁 후의 황폐한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완서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그리는 작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박완서는 현대사회의 물질주의와 인간 소외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도둑맞은 가난》의 주인공이 “부자들이 가난을 탐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물질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가난마저도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현실을 개탄하는 이 대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진정한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사회에 대한 박완서의 날 선 비판을 보여준다.
박완서는 한국 사회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모순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중산층의 삶을 다룬 《도시의 흉년》, 독립투사와 친일파의 자손 문제를 다룬 《오만과 몽상》 등 그의 작품들은 각각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다. 그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야기가 아닌, 사회 전체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공감과 통찰을 제공했다. 박완서의 작품 속 인물들은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그들은 각각의 상처와 갈등을 안고 살아가는 입체적인 존재들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박완서는 담낭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병상에서도 글을 쓰며,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표현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2011년 1월 22일,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그가 남긴 문학적 유산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박완서의 작품은 그의 깊은 인간애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는 사람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그려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갈등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완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박완서는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다. 그의 작품은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통찰을 준다. 그는 평범한 주부에서 작가로, 전쟁의 상흔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며 현대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가로서, 우리에게 진정한 인간다움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박완서의 문학적 유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히며, 그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