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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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고양이다
시인 이효
그 사실을 장미는 알고 있을까
앙칼스러운 눈빛, 날 선 발톱, 애끓는 울음소리
고혹적蠱惑的으로 오월의 태양을 찢는다
지붕 위로 빠르게 올라가 꼬리를 세운 계절
고양이 모습은 장미가 벽을 타고 올라 왕관을 벗어던진 고고孤高함이다
때로는 영혼의 단추를 풀어도
찌를 듯한 발톱이 튀어나온다
왜 내게는 그런 날카로운 눈빛과 꼿꼿함이 없을까
내 심장은 언제나 멀건 물에 풀어놓은 듯
미각을 잃는 혓바닥 같다
고양이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눈빛은 장미의 심장과 날카로운 가시의 고고孤高함이다
고양이는 붉은 발톱으로 오월의 바람을 천川 자로 할퀴고 간다
장미의 얼굴에는 오월의 핏빛이 칼날 위에 선다
나는 오월의 발톱을 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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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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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고양이고
고양이는 시인이고
시인은 장미다.
이효 시인은
현대 한국 문단에서
독특한 감성과 섬세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대담한 비유와 이미지로
독특한 시적 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이 시
"장미는 고양이다"는
장미와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 성찰과 존재의 고독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사실을 장미는 알고 있을까"
이 첫 구절은 장미가 고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독자에게 무언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서문처럼 작용하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장미와 고양이의 특성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 점이 있어, 이 구절은 시적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 대해 탐구한다.
"앙칼스러운 눈빛, 날 선 발톱, 애끓는 울음소리 고혹적蠱惑的으로 오월의 태양을 찢는다"
이 부분은 고양이의 특성을 묘사하면서, 그 특성이 장미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고양이의 눈빛과 발톱은 장미의 가시를 떠올리게 하며, "오월의 태양을 찢는다"라는 표현은 장미의 강렬한 색감과 향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시적 대상의 강렬함과 위험성을 부각하며, 고혹적蠱惑的이면서도 위협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지붕 위로 빠르게 올라가 꼬리를 세운 계절
고양이 모습은 장미가 벽을 타고 올라 왕관을 벗어던진 고고孤高함이다"
여기서는 고양이의 자유로운 모습이 장미의 고고한 이미지와 결합된다. "왕관을 벗어던진 고고함"이라는 표현은 장미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자부심과 독립성을 강조한다. 이는 고양이의 독립적인 성격과 연결되며, 시적 화자가 감지하는 자연의 위엄을 드러낸다.
"때로는 영혼의 단추를 풀어도 찌를 듯한 발톱이 튀어나온다"
이 부분은 고양이와 장미가 가진 이중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내면에는 날카로운 본질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내면과도 연결되며, 겉모습과는 다른 본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왜 내게는 그런 날카로운 눈빛과 꼿꼿함이 없을까"
여기서 화자는 자신과 장미 혹은 고양이를 비교하며 자조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특성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며, 동시에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인식을 표현한다. 고양이와 장미가 상징하는 강인함과 독립성은 화자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반영한다.
"내 심장은 언제나 멀건 물에 풀어놓은 듯 미각을 잃는 혓바닥 같다"
이 부분에서 화자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멀건 물에 풀어놓은 듯"이라는 표현은 아무런 생기나 색감이 없는 상태를 나타내며, "미각을 잃는" 부분은 삶에 대한 열정이나 의욕이 상실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고양이와 장미의 강렬한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며, 화자의 무력감을 강조한다.
"고양이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눈빛은 장미의 심장과 날카로운 가시의 고고함이다"
이 구절은 고양이와 장미의 특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그들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강조한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고양이의 눈빛은 장미의 가시와 동일시되며, 이는 자연의 위엄과 독립성을 상징한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존재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존재들로, 화자가 느끼는 열등감과 대조된다.
"고양이는 붉은 발톱으로 오월의 바람을 천川자로 할퀴고 간다 장미의 얼굴에는 오월의 핏빛이 칼날 위에 선다"
이 부분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고양이와 장미의 힘과 위험성을 강조한다. 고양이의 발톱이 바람을 가르듯 장미의 얼굴에 서 있는 핏빛은 그들의 본질적 강렬함을 나타낸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위협과 고통을 암시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게 한다.
"나는 오월의 발톱을 기르고 있다"
마지막 구절은 화자의 결심을 나타낸다. 화자는 자신도 고양이나 장미처럼 강렬하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내며,
"오월의 발톱"이라는 표현을 통해 그 강렬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시의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화자가 자연과 자신을 동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요컨대,
이효 시인의
"장미는 고양이다"는
강렬한 시적 이미지와 비유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자연의 강렬함을 탐구한 작품이다.
시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서의 자연을 장미와 고양이로 상징화하며, 인간이 자연에서 배우고자 하는 강인함을 표현한다.
이 시는 독특한 표현과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통해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