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연희 시인의 '여여與與한 꽃다지'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여여與與한 꽃다지




시인 文希 한연희






두툼한 논두렁에 연두색 방석 깔고

노란색 흘러넘치도록

봄 햇살 하나로 꽃 뜨락 만드는

작으나 배포 큰 꽃다지는

봄의 전령사(傳令使)다


작은 꽃은 작은 꽃대로

살아가는 이치가 있어

벌 나비 대신 조그만 개미나 벌레가

들락거리도록 내버려 두고

땅속에 비축해 둔 종자로

쉼 없이 싹을 틔우니

쌀쌀한 봄바람 정도는 잽도 안된다


나물 캐러 나가는 날

봄볕 화창해도 옷 속으로 스며드는 냉기는

끼 찬거리도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맡았던 흙 내음 풀 내음 나물 맛은

뼈에 새긴 듯 선연하여

이른 봄마다 바구니 끼고 논두렁 밭두렁

기웃거리는 촌부(村婦)로 사는 일이 즐겁다


가꾸지 않아도 피었다 지고

들여다 봐주는 이 없고

약성 좋다 일러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우리 산야를

지천으로 누비는 여여與與한 그가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는 인간보다 크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_

한연희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지혜를 담아내는 시인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노래하는 작품이 많다. 그의 시는 소박한 언어로 깊은 철학적 사유를 전달하며, 특히 자연의 사소한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담고 있다.

"여여與與한 꽃다지"에서도 시인은 작은 생명체들이 가진 강인함과 그들의 존재 이유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시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인간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며, 독자들에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두툼한 논두렁에 연두색 방석 깔고 노란색 흘러넘치도록"

여기서 논두렁에 깔린 연두색 방석은 초록색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그 위에 피어난 노란 꽃다지는 봄의 도래를 알린다. '연두색 방석'과 '노란색 흘러넘치도록'이라는 표현은 자연의 생동감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봄 햇살 하나로 꽃 뜨락 만드는 작은 꽃이지만 배포 큰 꽃다지는 봄의 전령사다"

꽃다지라는 작은 꽃을 통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은 작은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포 큰'이라는 표현은 꽃다지의 소박한 외양과는 달리 그 역할이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작은 것의 가치와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우리 사회에서 종종 간과되는 작은 존재들에 대한 존중을 일깨운다.


"작은 꽃은 작은 꽃대로 살아가는 이치가 있어"

이 구절은 모든 존재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언급한다. 이는 시인의 생명에 대한 존중과 모든 존재의 독립적인 가치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여기서 느껴지는 삶의 철학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적용될 수 있다.


"벌 나비 대신 조그만 개미나 벌레가 들락거리도록 내버려 두고"

작은 꽃다지는 큰 벌이나 나비가 아닌 작은 개미나 벌레에게 의존한다. 이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나타내며, 생태계의 복잡하고 섬세한 균형을 떠올리게 한다. 작고 소중한 것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부분이다.


"땅속에 비축해 둔 종자로 쉼 없이 싹을 틔우니"

여기서는 생명력의 지속성에 대한 찬사를 볼 수 있다. 꽃다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생명을 이어나가며, 이는 자연의 강인함과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도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쌀쌀한 봄바람 정도는 잽도 안된다"

이 표현은 꽃다지가 외부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강인함과 인내의 미덕을 상징한다. 또한 '잽도 안된다'라는 구어체적인 표현을 사용해 친근감을 더한다.


"나물 캐러 나가는 날 봄볕 화창해도 옷 속으로 스며드는 냉기는 한 끼 찬거리도 어렵게 만든다"

여기서는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이 드러난다. 농촌의 현실적인 삶을 그리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어려움과 고단함을 솔직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시인이 느끼는 소박한 즐거움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맡았던 흙 내음 풀 내음 나물 맛은 뼈에 새긴 듯 선연하여"

과거의 경험이 선명하게 남아있음을 표현하며, 그때의 자연스러운 냄새와 맛이 시인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른 봄마다 바구니 끼고 논두렁 밭두렁 기웃거리는 촌부로 사는 일이 즐겁다"

이 구절에서는 시인의 소박한 삶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자연 속에서의 작은 행복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현대 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상기시킨다.


"가꾸지 않아도 피었다 지고 들여다 봐주는 이 없고 약성 좋다 일러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우리 산야를 지천으로 누비는 여여與與한 그가 일희일비하는 인간보다 크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꽃다지의 소박한 존재감을 강조하며, 인간의 세속적인 삶과 대비시킨다. '일희일비(一喜一悲)'라는 표현을 통해 인간의 감정 기복과 자연의 변함없는 존재 방식을 대조하며, 자연의 위대함과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강조한다.


요컨대, 한연희 시인의 "여여與與한 꽃다지"는 자연의 작은 존재들을 통해 삶의 진리를 탐구하는 시다. 그의 시어는 소박하면서도 강렬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시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묘사와 철학적 성찰이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간혹 일부 표현에서 조금 더 직관적이고 명확한 전달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작품 전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 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담고 있으며, 독자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같은 여성으로서

누구는 시를 지으며

지성적인 삶을 사는데


순덕이는 공부할 상황이 안 돼

농사를 지으면서 산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시인의 삶을 동경한다.


그러나

현명한 순덕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순덕이는 농부의 아내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녀의 삶은 봄이면 논두렁에 나가 나물을 뜯고,

여름이면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한창 논밭일이 바쁠 때는 손에서 호미를 놓을 틈도 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의 시를 접하게 되었다.

같은 여성이 쓴 시였고,

그 시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시를 쓴 사람은 한연희라는 시인이라고 했다.

그녀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냈다.

순덕이는 그 시를 읽으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같은 여성인데,

저 사람은 이렇게 고상한 시를 쓰고, 인생을 관조하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덕이는 시인의 삶이 부러웠다.

그녀는 자신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시인을 보며,

자신의 삶이 너무나 단조롭고 평범하다고 느꼈다.

농사일과 가사에 치여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는,

시를 쓴다는 것이

마치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순덕이는 한숨을 쉬며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손은 항상 거칠었고,

얼굴에는 햇볕에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도 어릴 때는 글 쓰는 걸 좋아했었지..."

순덕이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학교를 다닐 때는 글짓기 시간에 상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혼 후 농사일에 묻혀 살면서, 책 한 권 읽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저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에 치여 살았다.

그녀의 삶은 가끔씩 땅에서 나는 소박한 나물 한 끼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단순한 삶이었다.


순덕이는 시인의 삶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살아온 길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밭일하고 나물이나 뜯는 사람인가..."

그녀는 한탄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녀도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순덕이는 시인의 글을 보며,

그녀의 삶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했다.


그러나 순덕이는 금세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래,

그 사람은 시를 쓰며 살아가는 거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며 사는 거지." 그녀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록 그녀의 일상이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그녀는 그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고 있었다.

논두렁에서 싱싱한 나물을 캐는 즐거움, 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는 소박한 밥상이 주는 기쁨이 그녀의 삶을 지탱해 주었다.


순덕이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일어섰다.

그녀는 자신이 농부의 아내로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삶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시를 쓰는 일은 못하지만,

그녀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단순하고도 소박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시인이 시를 쓰며 그리는 자연도,

내가 밭에서 느끼는 자연도 결국 같은 자연이잖아."

순덕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교감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에 위안을 얻고, 자신만의 삶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 순덕이는 오늘도 논두렁을 따라 걸으며, 작은 풀꽃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나도 나름대로 행복해.

내 인생도 충분히 아름다워."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와 달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