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희 작가의 '탈'을 청람 평하다
배선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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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시인 배선희
1.
인간을 수호하는 신령님이
설마 사람 얼굴로 나타나실까?
인간을 괴롭히는 악귀나 요귀가
설마 사람 얼굴로 들이댈까?
원시 집단생활 때부터
신앙의식을 위해 주술행위를 위해
사람이 만들어내야 했던 탈.
사람마다 제 탈을 쓰고 살아가는 세상
탈의 현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종교의식을 위해 쓰는 신앙 가면
무용이나 연주할 때 쓰는 예능 가면,
모두 색깔이 짙은 것은
장작 불빛에 잘 비추려는 조명술이었다면
화장을 한 얼굴 또한 탈을 쓴 것인가
2.
생김새도 표정도 각각 다른 얼굴들
그 안에 감추어진 생각들을 드러내어
춤사위로 읽어내는 탈춤 명인
십일면 보살도 천수천안 보살도 있는데
세상단사 엮어 사는 사람들
사람들의 얼굴은 몇이나 되려나?
묵묵히 탈춤 추는 인간문화재
탈을 쓴 자의 춤사위까지를 밟아
세상을 풍자해 내는 그의 발걸음마다
민족의 애환이 고여 질퍽거린다
가리어진 속내를 휘저을 때마다
탈 밖으로 숨소리가 애잔하다.
내가 쓰고 나온 이 탈은
어느 명인이 만들었을까?
희로애락을 감추지 못하는 마음 한 가닥 인간문화재 탈춤의 명인에게
넌지시 넌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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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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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희 시인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민속예술에 깊은 애정을 가진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종종 우리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 시는 안동 하회 별신굿 탈놀이
'이상호' 예능보유자를 직접 찾아뵙고
쓴 시이다.
배선희 시인은 시를 통해 전통예술의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인간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
"인간을 수호하는 신령님이
설마 사람 얼굴로 나타나실까?
인간을 괴롭히는 악귀나 요귀가
설마 사람 얼굴로 들이댈까?"
첫 행은 인간을 수호하는 신령과 악귀가 사람의 얼굴로 나타날 가능성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는 신령과 악귀가 실제로는 인간과 다른 존재임을 강조하면서, 탈을 쓴 인간의 모습을 통해 그들을 형상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탈은 이러한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도구로서, 인간과 신령, 악귀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원시 집단생활 때부터
신앙의식을 위해 주술행위를 위해 사람이 만들어내야 했던 탈.
사람마다 제 탈을 쓰고 살아가는 세상 탈의 현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
탈은 원시 시대부터 신앙의식과 주술행위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시는 현대 사회에서도 사람마다 자신만의 '탈'을 쓰고 살아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탈이 단순히 전통 예술품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현대인의 삶의 은유임을 보여준다.
"종교의식을 위해 쓰는 신앙 가면무용이나 연주할 때 쓰는 예능 가면, 모두 색깔이 짙은 것은
장작 불빛에 잘 비추려는 조명술이었다면
화장을 한 얼굴 또한 탈을 쓴 것인가"
여기서 시인은 신앙 가면과 예능가면의 색깔이 짙은 이유를 조명술과 연결 짓는다. 이는 탈의 기능적 측면을 설명하며, 동시에 화장을 한 얼굴도 일종의 탈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는 탈의 개념을 확장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가면들을 포함시킨다.
2.
"생김새도 표정도 각각 다른 얼굴들
그 안에 감추어진 생각들을 드러내어 춤사위로 읽어내는 탈춤 명인
십일면 보살도 천수천안 보살도 있는데 세상단사 엮어 사는 사람들
사람들의 얼굴은 몇이나 되려나? 묵묵히 탈춤 추는 인간문화재 "
각기 다른 생김새와 표정을 가진 얼굴들이 무대에 오르며, 탈춤 명인은 그 안에 숨겨진 생각들을 춤사위로 표현한다. 이는 탈춤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예술임을 강조한다. '십일면 보살'과 '천수천안 보살'처럼 많은 얼굴과 손을 가진 보살들이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탈을 쓴 자의 춤사위까지를 밟아 세상을 풍자해 내는 그의 발걸음마다 민족의 애환이 고여 질퍽거린다 가리어진 속내를 휘저을 때마다
탈 밖으로 숨소리가 애잔하다."
탈춤 명인의 춤사위는 세상을 풍자하며, 그 발걸음마다 민족의 애환이 담긴다. 이는 탈춤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감정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탈춤을 추는 동안 감추어진 속내가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고뇌와 애잔함이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내가 쓰고 나온 이 탈은
어느 명인이 만들었을까?
희로애락을 감추지 못하는 마음 한 가닥 인간문화재 탈춤의 명인에게
넌지시 넌지시~~~ "
마지막 행에서는 시인이 자신이 쓰고 있는 탈이 어느 명인이 만들었는지를 묻는다. 이는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서, 그 탈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탈을 만든 명인의 예술혼을 존중하며, 그 속에 담긴 희로애락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나타낸다.
배선희 시인의 시 "탈"은 전통 예술인 탈춤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정체성을 탐구한다. 탈은 단순한 가면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시인은 탈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 속에 담긴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하게 그려낸다. 시의 각 행은 탈과 인간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분석하며, 탈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반영한다.
요컨대, 배선희 시인의 시 "탈"은 탈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탈춤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그 속에 담긴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시인은 섬세한 표현과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탈의 의미를 재해석하며, 독자에게 감동을 전한다. 이 시는 전통 예술과 현대인의 삶을 연결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배선희 시인의 독특한 시각과 뛰어난 표현력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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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희 시이의 탈을
읽은 독자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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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배선희 시인의 '탈'을 읽었을 때, 나는 그저 탈춤에 대한 예술적 묘사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한 행, 한 행 읽어 내려가면서 시 속에 담긴 깊은 의미와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시가 단순히 탈과 탈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과 그 속에서의 역할을 표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을 수호하는 신령님이 설마 사람 얼굴로 나타나실까?" 이 구절에서부터 나는 멈칫했다. 신령과 악귀가 사람의 얼굴로 나타날까 하는 질문이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속에 숨겨진 본성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 어떤 신령이나 악귀 같은 본질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의 첫 행부터 나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그들의 속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원시 집단생활 때부터 신앙의식을 위해 주술행위를 위해 사람이 만들어내야 했던 탈." 탈은 단순한 가면이 아니라, 사람의 믿음과 의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원초적인 본능의 표현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탈'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내 일상도, 내가 보여주는 모습도 결국 하나의 '탈'이었다. 나는 과연 내 탈을 벗고 진정한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내 탈은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아닐까?
"종교의식을 위해 쓰는 신앙 가면, 무용이나 연주할 때 쓰는 예능 가면, 모두 색깔이 짙은 것은 장작 불빛에 잘 비추려는 조명술이었다면 화장을 한 얼굴 또한 탈을 쓴 것인가" 이 구절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예술가면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화장도 하나의 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역할을 위해 자신의 얼굴을 꾸미고, 그렇게 꾸민 얼굴로 세상에 나아간다. 나 역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며, 세상에 보여줄 또 하나의 '나'를 만든다. 이 모습이 진짜 나일까, 아니면 탈을 쓴 또 다른 모습일까?
"생김새도 표정도 각각 다른 얼굴들 그 안에 감추어진 생각들을 드러내어 춤사위로 읽어내는 탈춤 명인" 여기서 시인은 탈춤 명인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드러낸다. 나도 탈춤 명인처럼 내 주변 사람들의 탈을 읽어낼 수 있을까? 그들의 진심을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 다른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심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탈을 쓴 자의 춤사위까지를 밟아 세상을 풍자해 내는 그의 발걸음마다 민족의 애환이 고여 질퍽거린다 가리어진 속내를 휘저을 때마다 탈 밖으로 숨소리가 애잔하다" 이 구절에서는 탈춤 명인의 춤사위 속에 담긴 민족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탈을 쓰고 세상을 풍자하는 그의 발걸음은 마치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우리도 각자의 탈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며, 그 속에서 애환과 기쁨을 느끼지 않는가? 숨겨진 속내를 드러낼 때마다 느껴지는 애잔한 숨소리,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의 무게 아닐까?
"내가 쓰고 나온 이 탈은 어느 명인이 만들었을까? 희로애락을 감추지 못하는 마음 한 가닥 인간문화재 탈춤의 명인에게 넌지시 넌지시~~~" 마지막 구절은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내가 쓰고 있는 탈은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나의 탈은 나의 삶의 경험과 감정, 그리고 내가 만난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희로애락을 감추지 못하는 마음, 그것이 나의 진정한 탈일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내 삶의 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탈을 쓰고 살아가지만, 그 속에 담긴 진정한 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배선희 시인은 탈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각자의 탈을 존중하며, 그 속에 담긴 진심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이 시는 단순히 탈춤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배선희 시인의 '탈'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의 탈은 무엇이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아가고 있는가? 탈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때로는 고달프고 힘들지만, 그 속에 담긴 희로애락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시를 통해 나는 내 삶의 탈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그 속에 담긴 진정한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