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6. 2024
□
대학
교양 과목 시간에
교수의 추천으로
읽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국문과인 내겐
버거웠다.
하여
얼마 전
다시 읽고
이해한 만큼 예를 들어
몇 줄 적어봤다.
■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는 양자 역학이라는 복잡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인식과 자연에 대해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먼저, 책 제목이 의미하는 '부분과 전체'라는 개념부터 살핀다. 하이젠베르크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때 ‘부분’과 ‘전체’를 나누어 생각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전거를 본다고 생각해 보자. 자전거는 바퀴, 페달, 체인 같은 여러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전거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이 각 부분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자전거를 단순히 바퀴나 페달 같은 '부분'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하이젠베르크는 자전거의 '전체'가 그저 여러 부분을 더한 것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전거의 부분들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서 작동하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자전거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그는 과학이 각 부분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큰 그림인 '전체'를 이해하려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너무 부분에만 집중하다 보면 전체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자전거 예시로 돌아가면, 바퀴의 구조에만 몰두하다 보면 자전거가 달릴 때 중요한 게 페달과 체인의 협력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 역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데, 그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가 바로 불확정성 원리이다. 이걸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아주 작은 입자(예를 들어 전자 같은 양자 입자)를 관찰할 때, 그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구공을 던진다고 생각해 보자. 농구공은 크니까 우리가 그 공의 위치와 속도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자 같은 아주 작은 입자는 다르게 행동한다. 전자의 위치를 알면, 그 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는 모호해지고, 전자의 속도를 알면, 그 위치는 더 불확실해진다. 이게 바로 불확정성 원리이다.
이 원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자연을 관찰할 때 그 관찰 자체가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이다. 즉, 우리가 전자를 측정하려고 하면, 그 측정 행위가 전자의 상태를 바꿔버린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자연을 완벽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를 통해 과학이 단순한 사실의 발견이 아니라, 인간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이 단순한 실험과 수식의 나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이 항상 철학과 연결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 우주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단순히 실험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런 과학적 질문들이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연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과학의 범위를 넘어서 인간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다루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발전한다. 그는 과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기 위해 철학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철학적 사고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양자 역학의 발전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고전 물리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발견했다. 그 결과, 그들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을 이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철학적 논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이 단순히 진리를 추구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의 개발과 같은 사건은 과학이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될 경우 엄청난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자들이 그들이 가진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윤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원자폭탄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은 그 기술이 전쟁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그들이 가진 지식의 힘과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인간이 자연을 단순히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위험하다고 본다. 고전 물리학은 자연을 기계처럼 설명하려고 했다. 즉, 자연은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조작할 수 있는 부품들의 집합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양자 역학의 발견은 이러한 사고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자연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동시에 자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전자 예시로 돌아가자면, 우리가 전자를 측정하려고 하면 그 측정 자체가 전자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처럼, 우리는 자연을 변화시키면서 그 변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인간이 자연과의 이러한 관계를 이해하고 자연을 더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자연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는 단순히 물리학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이해 속에서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은 작은 부분을 연구하면서도, 결국엔 그 부분들이 모여서 이루는 전체를 이해하려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부분에만 집중하다 보면 전체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과학적 발견은 단순히 사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인식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는 윤리적 책임을 다하며,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자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단순한 관찰자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부분과 전체'는 과학이란 단순히 실험과 이론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여정임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중요한 책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