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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7. 2024

붉은 고추를 말리다

청람 김왕식










                  붉은 고추를 말리다





                                        시인 백영호





정오의 햇살이
정수리에 쏟아지는 12시
할머니는 마당 가운데로 나가
빨간 고추 말리고 있다

붉은 해 살라 먹고
오동통 살 오른 핏빛 살점
뙤약볕에 딩굴딩굴 큰 대자로
알몸 볕쬐기 샤워 중이다

해 뜰 때부터
뜨겁게 쏜 빛화살에 꽂혀
태우고 꿉혀 따갈 따갈
한결 가벼워진 소리 들린다

아랫뱃살이 걱정인가
이열치열 부딪쳐라
붉은 것이 붉은 것에 꿉혀
성공한 다이어트는
붉은 태양 아래 홍빛 태양초
빨갛게 살 빼기 레이스였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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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사물과 현상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우치고, 이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하는 시인의 성찰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도 깊은 철학적 통찰과 감성적 울림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시인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백영호 시인의 삶은 고된 노동과 자연과의 끊임없는 교류 속에서 형성된 것이며, 이러한 경험이 그의 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고추 말리기'라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순환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정오의 햇살이 정수리에 쏟아지는 12시"
첫 행은 정오의 시간과 강렬한 햇살을 통해 고조된 긴장감을 표현하고 있다. 정수리라는 신체 부위는 인간의 중심적인 부분으로, 여기에 쏟아지는 햇살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삶의 중심으로 내려오는 운명적이고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 이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으로, 삶의 정점 혹은 중요한 순간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 순간은 자연의 강력한 힘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할머니는 마당 가운데로 나가 빨간 고추 말리고 있다"
여기서 할머니는 단순히 고추를 말리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삶의 일부를 수행하는 주체로 묘사된다. 빨간 고추는 그녀의 손을 통해 자연의 일부가 되며, 이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삶의 과정으로 읽힌다. 또한 할머니의 존재는 세대를 넘어 내려오는 지혜와 전통을 상징한다.

그녀가 마당 가운데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는 장면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해야 할 일들을 수행하는 상징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붉은 해 살라 먹고 오동통 살 오른 핏빛 살점"
이 구절은 고추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점점 더 붉어지고, 살이 오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붉은 해와 붉은 고추는 동일한 색깔을 공유하며, 이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고추의 붉은 색깔은 생명력과 활력을 나타내며, 이 과정은 고추가 자연의 일부로서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인은 이러한 자연의 변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순환과 그 안에 담긴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뙤약볕에 딩굴딩굴 큰 대자로 알몸 볕쬐기 샤워 중이다"
이 구절에서 고추는 인격화되어 생명력을 가진 존재처럼 묘사된다. 고추가 태양 아래에서 뒹굴고 있다는 표현은 고추가 자신의 의지로 태양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이는 자연 속에서의 자유로움과 활력을 상징한다. '알몸 볕쬐기 샤워'라는 표현은 고추가 태양의 강렬한 빛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며, 자연의 순수함과 그 안에서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해 뜰 때부터 뜨겁게 쏜 빛화살에 꽂혀"
이 부분은 시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추는 태양의 빛에 완전히 노출되고, 그 빛은 마치 화살처럼 고추에 닿는다. 이는 자연의 강력한 에너지가 고추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상징하며, 인간 또한 이러한 자연의 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고추는 태양에 의해 변화되고 성숙해지며, 이러한 과정은 인내와 견딤을 통해 얻어지는 삶의 성숙과도 연결된다.

 "태우고 꿉혀 따갈 따갈 한결 가벼워진 소리 들린다"
이 구절에서는 고추가 말라가면서 점점 가벼워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고추가 태양 아래에서 물기를 잃고 점점 건조해지며, 그 속에서 가벼운 소리가 들린다는 표현은 생명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추가 태양의 빛과 열에 의해 점차 가벼워지는 모습은 인간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성숙하고 가벼워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아랫뱃살이 걱정인가 이열치열 부딪쳐라"
이 구절은 일상 속의 걱정과 고민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추의 살이 빠져가는 과정을 보면서 시인은 인간의 다이어트와 연결시켜 생각하고 있으며, '이열치열'이라는 표현은 뜨거운 열을 더 뜨거운 열로 이겨내라는 뜻으로,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삶의 문제에 맞서 싸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붉은 것이 붉은 것에 꿉혀 성공한 다이어트는"
이 부분에서는 고추가 태양의 열에 의해 완전히 말라가는 과정을 다이어트에 비유하고 있다. 고추가 태양 아래에서 점점 붉어지고, 그 속에서 점점 가벼워지는 모습은 인간이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본질에 집중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러한 변화를 다이어트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삶의 철학을 전달하고 있다.

 "붉은 태양 아래 홍빛 태양초 빨갛게 살 빼기 레이스였다"
마지막 구절은 시의 주제를 완성하는 부분이다. 태양 아래에서 붉어진 고추가 완전히 말라가는 과정을 시인은 '살 빼기 레이스'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신체적인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고, 삶의 과정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점점 더 성숙해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시인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며, 삶의 진리를 탐구하고 있다.

백영호 시인의 "붉은 고추를 말리다"는 일상적인 풍경을 통해 삶의 진리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단순히 고추를 말리는 과정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와 성숙의 과정을 시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 전체에 흐르는 유머러스한 표현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시인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이 얻어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고추가 태양의 빛을 받아 붉게 변하고 가벼워지는 과정은 인간이 삶 속에서 겪는 변화를 상징하며, 이는 자연 속에서의 삶의 이치와 조화를 깨닫게 한다. 시인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삶의 본질에 접근하고, 이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독자가
시인에게 보내온
글이다.





백영호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시를 읽고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마치 제가 직접 그 햇빛 아래에서 할머니와 함께 고추를 말리고 있는 듯한 생생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단순한 일상의 한 장면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삶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깊은 통찰을 얻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단순한 언어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고, 그 안에 담긴 삶의 진리와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저에게 일상의 소중함과 그 안에 깃든 자연의 질서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붉은 고추를 말리다'라는 이 작품은 단순히 고추를 말리는 일상적인 풍경을 넘어서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 속에서 고추가 태양 아래서 붉게 익어가는 모습은 마치 인간이 삶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듯했습니다.

특히 시의 첫 구절 "정오의 햇살이 정수리에 쏟아지는 12시"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정수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은 마치 우리가 삶 속에서 마주하는 커다란 운명이나 힘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강렬한 빛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즐거운 순간을 겪지만, 결국은 그 빛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시인님의 시를 통해 제가 살아가는 일상의 무게와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할머니는 마당 가운데로 나가 빨간 고추 말리고 있다"라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평화로움은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그리움과 동시에 시인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 나가는 삶의 지혜가 느껴졌습니다. 할머니가 말리고 있는 고추는 단순한 고추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이자,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시인의 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추를 인격화하여 "오동통 살 오른 핏빛 살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고추가 태양을 받아 붉게 변하고 살이 오르는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고, 그 생명력은 자연의 에너지와 결합하여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한 사물조차도 생명력을 부여하는 시인의 시각을 엿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고, 저 또한 자연 속에서의 제 자리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뙤약볕에 딩굴딩굴 큰 대자로 알몸 볕쬐기 샤워 중이다"라는 구절에서는 고추가 마치 자유로운 영혼처럼 태양 아래서 뒹굴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이 구절은 저에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단순히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변화해 나가는 역동적인 관계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고추가 햇빛을 받아 변화하고 성장하듯, 우리 인간도 자연의 영향 아래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붉은 태양 아래 홍빛 태양초 빨갛게 살 빼기 레이스였다"라는 표현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고추 말리기의 과정을 경쾌하게 묘사하면서도, 그 안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태양 아래에서 고추가 점점 가벼워지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삶 속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점점 더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일상의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이치를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도 삶의 불필요한 것들을 벗어던지고 본질에 다가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시인님께서 단순한 사물을 대할 때도 그 안에 담긴 본질과 깊이를 발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를 통해 저는 일상 속의 작은 것들에서도 삶의 진리와 철학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고추를 말리는 평범한 장면조차도 시인의 손을 거치면 이렇게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시인님께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시 속에 담긴 유머와 경쾌함은 독자로 하여금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해 주었습니다. '이열치열 부딪쳐라'라는 표현처럼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시인님께서 전달하신 이러한 메시지들은 단순히 시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지침이 되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저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추가 태양 아래서 변화하듯, 우리도 삶 속에서 자연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단순한 읽을거리 이상으로, 제 삶에 큰 깨달음을 주었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지침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시인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붉은 고추를 말리다'라는 시를 통해 일상 속에서도 삶의 진리와 철학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시인님의 시를 통해 저는 삶의 소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그 안에서 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저와 같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기회가 되면
직접 뵙고
탁주 한 잔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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