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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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한 방울
시인 김재성
하늘이 가득 머금은
파랑 한 방울 떨어져
내 치마에 물들었나
욕심 많은 하늘은
떨어뜨린 자기 조각 찾으려
매서운 안광 번쩍이며 내려다보는데
내 손 놓고 나아가는
너의 발걸음을
구름이 실어가 버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다급히 따라간다
하얀 모시저고리
위로 고이 매인
옷고름을 꽉 붙잡은
나의 솔잎 다발
솔잎에도 하늘 한 방울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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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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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시인의 작품은 그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시에서 드러나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은 그의 가치철학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김재성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며, 삶의 순간을 깊이 음미하고자 하는 내면의 성찰을 담아낸다. 특히, 자연의 요소들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의 모습을 투영하는 시인의 작업은 그의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그는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감정을 깊이 있게 묘사하며, 시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이 시에서도 하늘의 이미지와 솔잎, 구름 등의 자연 요소를 통해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 행에서 "하늘이 가득 머금은 파랑 한 방울 떨어져 내 치마에 물들었나"는 자연이 인간에게 미묘한 영향을 끼치는 장면을 묘사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파랑 한 방울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닌, 인간의 내면에 닿아 마음을 물들이는 심미적인 체험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하늘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체적 존재로서의 자연을 상징하며, 그 파랑은 시인의 내면과 감정의 흐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한 것으로, 시각적 이미지가 주는 힘이 크다.
"욕심 많은 하늘은 떨어뜨린 자기 조각 찾으려 매서운 안광 번쩍이며 내려다보는데"라는 구절은 자연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부분이다. 하늘이 자신의 일부인 파랑을 잃고 이를 찾으려는 모습은 마치 인간이 자신의 상실감을 느끼고 그 상실을 되찾으려는 노력과 닮아 있다. 이는 자연이 단순히 무심한 배경이 아닌, 인간과 같은 감정적 존재로서 묘사되며, 그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이 장면에서 하늘은 다소 매섭고 강렬한 존재로 그려지며, 자연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긴장감을 나타낸다.
"내 손 놓고 나아가는 너의 발걸음을 구름이 실어가 버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다급히 따라간다"라는 구절에서는 인간 사이의 관계와 감정의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누군가를 잃을까 봐 불안해하며 그를 따라가는 모습으로, 여기서 구름은 불확실한 운명이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상징한다. 구름이 발걸음을 실어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인생의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이 구절은 인간이 관계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시인은 이를 자연의 이미지와 연결시켜 표현한다.
"하얀 모시저고리 위로 고이 매인 옷고름을 꽉 붙잡은 나의 솔잎 다발"에서 시인은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전통적인 미적 감각과 인간의 내면을 엮어내고 있다. 하얀 모시저고리는 순수함과 깨끗함을 상징하며, 옷고름을 꽉 붙잡는 장면은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나타낸다. 솔잎 다발은 자연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시인의 손길을 통해 소중한 무엇으로 재탄생한다. 이 부분은 시적 화자의 감정과 결단을 표현하며, 또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 행인 "솔잎에도 하늘 한 방울 스며든다"는 자연과 인간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늘의 한 방울이 솔잎에도 스며들었다는 표현은 자연의 영향을 받는 인간과 인간의 내면이 자연 속에 녹아드는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시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하늘의 한 방울은 단순히 물리적 현상을 넘어, 시인의 감정과 철학적 사유가 함축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김재성 시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그 안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동하는 존재로 묘사하며,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또한 시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이미지가 주는 상징성과 감정의 섬세한 변화가 잘 드러나며, 이는 시인의 정교한 표현력과 감각적인 언어 구사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하늘, 구름, 솔잎 등 자연의 요소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복잡성을 아름답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자연의 작은 요소들 속에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담아내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시인의 작업은 독자에게 단순한 감상 이상의 철학적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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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시인
시인ㆍ수필가
1994년 7월 5일 출생 서울 대성고등학교 졸업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2021년 월간 신문예 시 부문 신인상 수상 2021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 부문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신문예문학회 윤리위원 인사동시인협회 시분과 위원 선정고등학교 국어교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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