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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늘

강준모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겨울 하늘


시인 강준모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여름 하늘은 이미 밝은데
겨울 하늘은 아직 어둡다

버스 차창에 걸터앉는다
붉은 한 줄이 눈을 찌르고
금방 어둠이 쫓겨 나간다

고작 한 시간 조금 지났다
위로 조금씩 밀려 나가던
옅은 어둠이 전부 밝았다

내린 시선이 위로 향한다
어쩜 이리도 맑고 푸른지
어쩜 하늘이 이리 시리다

하얀 입김이 위로 솟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준모 시인은 유명 문예 월간지
'월간 신문예' 시부문에 공모하여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역량 있는 젊은 시인이다.

정준모 시인의 시는 대체로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순간들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포착해 내는 특징을 가진다. 그의 시는 현실의 사소한 순간에서 인간 내면의 본질적 감정을 끌어내며, 그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이와 같은 시적 세계는 그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준모 시인은 직장인으로서의 일상, 사회 속에서의 개인, 그 가운데서 겪는 정서적 교류와 고립 등을 시적 주제로 삼아왔다.
이 시 '겨울 하늘'에서도 그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겨울의 풍경을 통해 일상의 흐름과 인간 내면의 감정을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여름 하늘은 이미 밝은데
겨울 하늘은 아직 어둡다"

첫 연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적 배경으로 시가 열린다. 이 구절은 시인이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더라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의 모습을 통해 시간의 상대성을 보여준다. 여름과 겨울, 그 시간적 대비는 단순한 계절 변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름은 밝고 명랑한 이미지, 겨울은 어둡고 차가운 이미지로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며, 이는 시인의 감정적 기저와 연결된다. 같은 시간, 다른 하늘. 이는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고정된 일상을 나타내며, 시인이 경험하는 시간의 다층적인 성격을 암시한다.


"버스 차창에 걸터앉는다
붉은 한 줄이 눈을 찌르고
금방 어둠이 쫓겨 나간다"

이 연에서는 시인이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순간이 그려진다. 차창에 비친 붉은 한줄기의 빛이 눈을 찌른다는 표현은 시적 이미지의 힘을 극대화한다. 이 순간은 강렬한 색채와 감각을 통해 시인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어둠이 쫓겨나가는 모습은 자연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이는 시인이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면서도 그 속에서 감정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작 한 시간 조금 지났다
위로 조금씩 밀려 나가던
옅은 어둠이 전부 밝았다"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는 이 연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자연의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어둠이 밀려가고 모든 것이 밝아진다. 이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발생하는 시간의 상대적 의미를 드러내며, 시인이 겪는 내면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남을 암시한다. 또한, 어둠이 밝아지는 과정은 희망과 새로움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 세계의 변화를 내면의 변화와 동일시하며,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린 시선이 위로 향한다
어쩜 이리도 맑고 푸른지
어쩜 하늘이 이리 시리다"

여기서 시인의 시선은 다시 하늘로 향한다. 맑고 푸른 하늘에 대한 묘사는 시인이 자연을 통해 느끼는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시리다"라는 표현을 통해 시인의 내면에 깃든 쓸쓸함과 고독이 암시된다. 이중적인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늘은 맑고 푸르지만, 그 푸름 속에는 차가운 고독이 스며들어 있다. 시인은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느끼는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얀 입김이 위로 솟는다"

마지막 연은 하얀 입김이 위로 솟아오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짧은 행은 시 전체를 상징적으로 마무리 짓는 동시에 시인의 숨결, 즉 생명력을 상징한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입김이 피어오르는 순간은 시적 시간의 흐름과 맞물리며, 생명과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 시는 단순히 겨울 하늘을 묘사한 자연 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정교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강준모 시인은 자신이 마주하는 자연을 관조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발견한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적 변화가 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시인의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이다. 구체적인 이미지와 함께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내면의 변화를 독자 스스로 느끼게끔 이끈다. 시에서 다루고 있는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의 감정과 철학을 투영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겨울의 하늘은 시인에게 있어서 변화와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경이로움의 상징이 된다.

강준모 시인의 시는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삶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하고, 그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그의 시는 그만의 철학적 깊이와 감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준모 시인


1994년 7월 7일 출생

서울 대성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 졸업

2024년 월간 신문예 시부문 신인상 수상
LG경제정책연구원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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